과거사 관련 위원회 내년 예산 두배로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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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역사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 등의 명예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각종 과거사 관련 위원회 예산에 상당 부분 ‘낭비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국회 보고서를 통해 지적됐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방위원회 문화관광위원회 등이 낸 ‘2006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직접비용 못지않게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 등 간접비용도 예산에 상당액 배정됐다.

또 사건별로 구성하다 보니 성격이 비슷한 위원회를 정부 중앙 부처,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별도로 운영하는 바람에 예산과 인건비의 중복 집행이 초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운영 중인 정부 중앙 부처(대통령 소속 독립기구 포함)의 과거사 관련 기구는 총 8개에 이른다. 여기에 내년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경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가 신규로 가동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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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예산의 세부 내용이 공개된 제주4·3사건처리지원단 등 행정자치부 산하 4개 위원회의 예산 내용을 보면 2004년 215억 원, 2005년 418억 원, 2006년 608억 원(예정)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또 문화관광부 산하 동학농민혁명군명예회복위원회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4배가량 늘어난 13억9800만 원. 이 위원회는 동학혁명기념관과 기념탑을 건립해 당시 농민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학생 백일장도 주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독일 프랑스 중국 등을 방문해 유사한 농민혁명 자료를 수집하는 ‘해외 출장 여비’도 포함돼 있다.

경찰 과거사위의 내년 예산 4억7800만 원 중에는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만 3억5600만 원이 책정돼 있다. 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는 78억3200만 원의 예산 중 34억7300만 원이 인건비다. 이 위원회에는 85명의 연구원과 공무원 외에 28명의 다른 부처 소속 공무원이 파견 근무 중이다. 해외출장비로만 3억200만 원을 쓰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밖에 과거사위의 예산과는 별도로 정부 중앙 부처와 지자체 등이 낸 예산안 중에는 ‘과거사 관련 예산’으로 볼 수 있는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및 묘역 관리 예산도 수백 억 원에 이른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올해 5월 정부의 예산을 사전 검토하는 통합재정운영협의회를 열어 과거사 관련 위원회 예산을 1차 심사를 한 결과 총액이 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자 “최종 정부안에는 60%가량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 반영한 셈이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부 의원도 과거사 관련 위원회의 2006년 예산안이 그대로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 박기춘(朴起春) 의원은 “위원회별로 인건비나 운영경비 등을 쓰면서 중복사업을 벌일 경우 예산 낭비 요인이 있다”며 “업무의 효율성을 좀 더 고려한 예산 편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행자위 간사인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유사 위원회의 통폐합이 어렵다면 각종 ‘과거사 지원단’이라도 통합 운영해 예산을 줄여 나갈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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