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委 위원 “국보1호 재지정 반대” 우세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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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될 문화재위원회 국보지정분과 위원들 가운데 재지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앞으로 정부가 재지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 위원은 10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보의 번호는 가치에 따른 서열이 아닌데도 1호만 자꾸 거론하는 것은 다른 국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정작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일은 국보를 제대로 관리 보존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반대 취지를 설명했다.

또 한 위원은 “숭례문이 국보 1호로서의 상징성이 약하다고 하지만 훈민정음, 석굴암으로 바꿔도 논란이 생긴다”며 “숭례문은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국보 1호를 바꿀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보 전체에 대한 가치 평가를 거쳐 전면 재조정할 때 함께 이뤄져야지 이런 식으로 국보 1호만 덜렁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보 1호가 문제가 된다면 이번 기회에 아예 국보의 번호를 없애면 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위원도 있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보지정분과 회의에서 국보 번호 폐지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재지정에 찬성하는 위원들은 “국보 1호에 대해 대표성과 상징성을 부여하는 일반 국민의 정서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새로운 국보 1호 후보로 훈민정음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한글 창제 원리를 담은 훈민정음이야말로 한국 최고의 국보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현재 국보 1호 후보로 거론되는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이 사립박물관에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얘기가 있지만 국보 70호 훈민정음은 그림이나 도자기처럼 순수 예술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이 진품 대신 영인본을 보아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지정에 반대하는 두 명의 위원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위원은 “한글이 위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국보 70호 훈민정음은 한글 자체가 아니라 훈민정음의 용법을 소개한 해례본, 즉 해설책”이라면서 “한글로서의 훈민정음과 해설책으로서의 훈민정음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목판으로 찍은 책이므로 아직 발굴되지 않은 해례본이 더 있을 수도 있으며 국보 70호 훈민정음보다 상태가 좋은 책이 발견될 경우 국보 1호를 다시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보 70호 훈민정음은 앞의 2장이 찢겨 나간 상태에서 발견돼 세종실록을 토대로 복원한 것이다.

한편 국보 70호 훈민정음을 소장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정부의 재지정 논의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간송미술관의 최완수(崔完秀) 연구실장은 “훈민정음이 설령 국보 1호로 지정된다고 해도 보존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공 기관에 대여해 전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해례본은 1940년에 경북 안동에서 발견돼 간송미술관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 선생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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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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