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쌀1㎏값 직장인 40원, 무직자는 600원…식량배급 이중가격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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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시를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실시하고 있는 새로운 식량공급제도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북한 식량공급가격표에 따르면 새 공급제도는 단순히 기존 제도를 부활시킨 게 아니라 이중가격제를 새롭게 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6일 북한에서 돌아온 조선족 상인 최영호(가명) 씨는 “새 공급제도에 따라 공장이나 농장 등 일터에 출근한 사람은 싼값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은 비싼값에 식량을 공급받고 있다”며 “입쌀의 경우 10분도, 8분도, 6분도의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kg당 북한돈 40원대와 600원대의 두 가격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기존 공급제도는 유해노동 및 중노동에 종사하면 1일 공급량이 900g이지만 집에서 노는 부양가족에게는 300g을 배정하는 식으로 노동형태에 따라 공급량에 차등을 두었으나 공급가격에는 차등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도입한 공급제도는 기존의 공급량을 유지하면서 공급가격까지 대폭 차등을 두었다. 공급가격으로 생산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2002년 7·1 경제개선관리조치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배급제 재개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로 불리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된 경제난으로 직장을 이탈한 노동력을 다시 복귀시켜 사회적 통제력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동안은 직장에 나오지 않아도 배급과 월급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통제를 사실상 할 수 없었다.

북한 당국은 또 개별적으로 일군 경작지에서 생산한 식량을 배급으로 간주해 식량공급가격에 해당하는 돈을 받아내고 여유분은 국가에서 수매하도록 했다. 동시에 장마당(시장)에서의 식량 판매 행위는 금지시켜 여유분을 개별처분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북한에서는 현재 각 농장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양곡을 정확히 추산하고 경작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기관원들이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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