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5개銀 국내 불법영업]1만여 불법체류자의 불법금고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코멘트
몽골 시중은행들이 서울에 불법 지점을 개설한 것은 몽골 출신 근로자의 금융시장이 한국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몽골 노동자들은 합법적으로 은행 거래를 할 수 없어 돈을 맡기거나 고국에 돈을 보낼 통로가 필요하다.

이들 은행 가운데 4곳은 서울지하철 2, 4, 5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운동장역 인근 중구 광희동 뉴금호타운 빌딩에 모여 있었다. 이 빌딩 주변은 몽골 음식점과 술집, 기업 등이 밀집해 있어 이른바 ‘몽골타운’이라고 불린다.

▽지점 운영 실태=아노드은행은 2003년 4월 뉴금호타운에 가장 먼저 서울지점을 개설했다.

이 은행에 예상외로 많은 고객이 몰리자 같은 해 5월 슈단은행이, 이 해 7월 크레디트은행이, 지난해 6월과 9월 각각 골롬트은행과 주스은행이 서울지점을 개설했다.


이들 은행은 기업투자(D8) 비자 등을 받고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을 지점장으로 영입했다. 이들 지점장은 1년씩 본점과 계약했는데 월급은 100만 원가량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지점 여직원들은 몽골의 본점에서 파견됐다. 이들은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해 서울지점에 3개월씩 근무했다. ▽영업 실태=몽골타운 주변에는 이들 은행의 광고지가 무수히 뿌려졌다.

이들 은행은 예금의 경우 예치기간에 따라 최대 연 6%까지 이자를 지급했다. 송금의 경우 최대 2%까지 수수료를 받았다. 예금계좌를 만든 고객에겐 송금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마케팅 전략도 구사했다.

예금액은 전액 몽골의 본점으로 보내졌다. 경찰은 송금 수수료에서 직원 월급과 사무실 및 숙소 운영비 등을 빼고 남은 돈도 몽골 본점으로 송금됐다고 밝혔다.

모든 예금 기록은 그때그때 e메일을 통해 본점으로 보내졌다. 본점은 이를 받아서 예금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객 실태=이들 은행의 고객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송금을 할 수 없는 몽골 출신의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 체류 몽골인은 모두 2만700여 명으로 이 중 1만500여 명이 불법 체류자다.

이들 은행의 예금 고객이 4200여 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 체류자 가운데 40%가량이 이들 은행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액 송금자 가운데는 한국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3000만 원 이상을 몽골로 불법 송금한 80여 명을 조사해 입건할 방침이다. 고액 송금자 중 70%가 한국인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몽골 출신 근로자를 데리고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이들의 부탁을 받고 몽골로 월급을 송금해 주기 위해 이들 은행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르진훈데브 페렌레이 주한 몽골대사는 “이들 은행이 모두 경찰에 적발돼 몽골인들이 송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4일 경찰청을 방문해 빨리 수사를 마쳐 줄 것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