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보호위해 원주민들 쫓아내나”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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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의 바트와족은 대대손손 밀림의 고릴라 거주 지역에 살아왔다. 1991년 ‘바트와족이 고릴라를 사냥한다’는 소문이 돌자 지구환경기금(GEF)은 우간다 정부에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바트와족은 고릴라를 잡은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그때 고향에서 쫓겨나 제대로 된 집도, 식수도 없이 살고 있다.

환경칼럼니스트 마크 도위 씨가 환경전문지 ‘오리온 매거진’ 11월호에 기고한 칼럼 ‘환경보호 난민’의 일부 내용이다. 도위 씨는 이 글에서 수많은 지역의 원주민이 환경단체의 활동 때문에 집과 땅을 잃고 환경보호 난민으로 전락했다고 고발했다.

1993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은 주민들이 호랑이를 남획한다며 인도 아삼 주를 국제 법정에 고발했다. 아삼 주는 2002년 200만∼300만 명의 주민을 호랑이 보호구역 밖으로 내쫓았다. 쫓겨난 주민 대부분이 유랑민으로 전락했다.

이런 식으로 추방된 원주민들은 우간다의 바트와족, 케냐와 탄자니아의 마사이족, 페루의 아시니카족, 남아시아의 카렌족과 몽족을 통틀어 1000만 명에서 수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프리카의 차드에서만 국제 환경보호단체들의 압력으로 1990년 이후 자연보호구역이 국토의 0.1%에서 9.1%로 늘어나면서 6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도위 씨는 칼럼에서 오늘날 환경 보전의 전제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자연과 공존해 온 원주민들을 자연과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착오라는 것.

2004년 방콕에서 열린 세계환경보전회의에 참석한 마사이족 지도자 마틴 사닝고 씨는 “우리는 자연의 일부였고 농사를 지으면서 다양한 씨앗을 퍼뜨려 왔다.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를 비롯한 원주민 지도자들은 이제 주요 국제 환경회의에서 “환경보호단체들의 활동이 19세기 식민주의자들의 착취와 다름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위 씨는 “생물 종(種)의 다양성 때문에 인간 문화 종의 다양성이 위협받아선 안 된다”며 “수천만 명의 힘없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기반을 빼앗는 것은 인류의 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실패”라고 결론을 내렸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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