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논리에 멍들대로 멍든 首都圈 투자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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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어제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8개 첨단업종에 한해 수도권 성장관리지역 산업단지 내 공장 신증설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11년 만의 이 조치에 따라 1차로 LG 계열 4개사와 대덕전자가 다음 달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 결정을 질질 끌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5월과 7월 “곧 허용하겠다”고 거듭 방침을 밝혔지만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9월에도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완료되는 2012년 이후에나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뒤집었다. 추 장관의 주장은 기업 투자가 미흡한 지역에 ‘보상’하듯 공공기관을 옮겨 준다는 정치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분초를 다툰다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수년 동안 정치적 판단을 지켜봐 가며 투자자금을 국내에 묶어둘 기업이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LG는 정부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파주 LCD클러스터에 대한 투자규모를 당초 3조5000억 원에서 1조8000억 원으로 줄였다. 이어 나머지 1조7000억 원을 지방 투자로 돌릴 것을 검토하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파주 클러스터에 계열사 공장들을 지어 원료-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생산체계를 구축해 물류경쟁력을 확보하겠다’던 당초 목표를 수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LCD는 우리가 세계 1위이지만 산업자원부의 발표대로 ‘뒤따라오는 2위의 숨소리가 들리는 상황’이다. 정부와 LG는 ‘공장 허용에 따른 타협설’을 부인하지만 갑작스러운 대규모 투자 조정과 지방투자 검토가 타당성에 대한 기업 자체의 판단이라고 믿기 어렵다.

성장동력 위축으로 미래의 경쟁력까지 불안해진 우리 경제는 올해도 투자와 소비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인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반(反)시장적 정치논리는 언제까지 기승을 부릴 것인가. LG 외에도 수도권 투자 대기자금이 적게는 10조 원, 많게는 27조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투자계획이 정부의 균형개발 논리 때문에 얼마나 더 차질을 빚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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