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 전문가 “한국 정체성 위기…선택 기로”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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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오버도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3일 서울 고려대 100주년기념 삼성관에서 열린 ‘서울평화강좌 2005’에서 한미관계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돈 오버도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3일 서울 고려대 100주년기념 삼성관에서 열린 ‘서울평화강좌 2005’에서 한미관계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3일 “현 시점에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끈은 (양국 협력에 총력을 다하는) 한미 간 중간층의 외교 및 군사 전문가들”이라고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이날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사장 이철승·李哲承) 주최로 고려대 100주년기념 삼성관에서 열린 ‘서울평화강좌 2005’에서 “한미동맹은 일반 국민 차원에서나 최고위층 차원에서는 이미 위기에 봉착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이 주관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한 이 행사에서 오버도퍼 교수는 ‘한미동맹은 지속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한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워싱턴의 이해와 공감은 극히 미미하다”며 “올여름 30여 명의 한반도 전문가와 워싱턴에서 비공식 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데 당시 일부 참가자는 한미동맹을 이미 ‘지난 과거’로 진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현재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은 일본 중국 미국 또는 유럽연합을 정치, 군사적으로 아직 넘어설 수 없는 중진국(middle power)이기 때문에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이날 2002년 7월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민주당 당사에서 만나 나눈 대화의 내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노 후보는 특정 강대국이 아시아를 지배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동북아 지역 내 ‘힘의 균형’을 주장했다는 것.

노 후보는 또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과 어떤 관계를 이어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한국은 급변하고 있으며 한미관계도 이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면서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한국이 미국과 맺은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불공평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오버도퍼 교수는 이날 행사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미국 주도의 전쟁에 한국군 파병을 거부한다면 한미동맹의 미래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원치 않는 곳에 미군은 주둔하지 않을 것이고 한미동맹도 끝이 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본다”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실수를 한 적도 있지만 일본, 중국, 러시아에 비해 훨씬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실리적인 한국민들은 한미동맹을 감정적인 결단에 따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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