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치분쟁보다 심각한 국민건강 빨간불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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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김치’ 파동은 우리나라 식품 안전관리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그것이 중국산이든 국내산이든 문제의 본질은 같다. 많은 국민은 ‘나도 기생충 알을 먹은 게 아닌지’ 속이 불편하다.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무역마찰을 푸는 것 이상으로 급하고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어제 국내산 일부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확인하면서 국내산은 그럴 리 없다고 안심시킨 지 2주일 만이다. 당시 식약청은 “중국에선 인분(人糞)이 섞인 퇴비를 쓰지만 우리는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식약청의 자세는 정말 어이가 없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을 때는 “별도의 기준은 없지만 검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기생충 알은 몸속에 들어와도 유충(幼蟲)으로 자라지 않고 배설되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고 설명했다. “감염되더라도 구충제를 먹으면 제거된다”며 먹어도 된다는 투로 말하는 식약청을 보면서 정말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번 양보해 사실이 그렇더라도 김치에 기생충 알이 들어가지 않도록 감시 감독하는 게 직분이지, 별문제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불량 만두’ 파동 때 “식품 관련 범죄를 뿌리 뽑도록 범정부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달라진 게 없다. 그 후에도 민물고기 발암(發癌)의심물질 파동에 이어 ‘납 김치’ ‘기생충 김치’ 사건이 터졌지만 식약청, 해양수산부 등의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올 7월에는 서울시내 초등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식품에서 식중독균이 무더기로 검출되기도 했다.

식품위생법이 개정되고 식품안전기본법이 제정되더라도 관계 당국자들의 태도가 이래서야 무엇이 바뀌겠는가. 식품행정 하나 개혁하지 못하면서 간판은 ‘개혁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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