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크엔드]루이비통 큰손은 中관광객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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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 101번지.

인근에 최고급 호텔 포시즌스나 럭셔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 푸케가 있다. 대중적 분위기가 지배적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101번지는 대조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곳이다.

최근 스타일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파리 남녀들은 한결같이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 루이비통이 세계 최대 규모의 매장을 새로 열었기 때문이다. 볼거리 많은 샹젤리제를 바쁘게 오가는 관광객들도 이곳에서는 한참 머물다 가기도 한다.

루이비통은 20개월의 실내 공사끝에 단장됐다. 이곳은 공사 기간에도 건물 전체를 초대형 루이비통 가방 모형의 구조물로 가려 관광객들에게 ‘랜드마크’가 됐다.

요즘 이 건물 앞에는 매장에 들어가려는 이들이 줄지어 있다. 매장 출입객을 제한하기 때문에 나오는 사람의 수에 맞춰 들어갈 수 있다. 지난 주말 매장을 둘러보러 간 필자도 2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새 매장은 외관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팀 화이트 소비스키가 제작한 작품은 몽환적인 이미지를 뿜어냈다. 명품 브랜드 매장 인테리어의 대가로 꼽히는 피터 마리노와 에릭 칼슨이 만든 루이비통 로고 모양의 금속 파티션이 건물 전반을 수놓았다. 파리 언론들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인테리어에 대해 “예술과 상업의 성공적인 결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왼쪽 천장과 벽에 매달린 크고 작은 여행 가방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1850년 여행 가방에서 출발한 이 브랜드의 역사로 보아 ‘여행’은 루이비통의 핵심 테마인 듯했다.

매장에는 가방 액세서리 의류 보석 시계 선글라스 등 루이비통이 만드는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 특이한 점은 세계 주요 도시에 대한 여행 책자와 도시별 여행용 다이어리를 전시하는 공간을 규모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런 상품들은 단순히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여행을 오거나 떠나려는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매장 구조는 평범한 듯했으나 한 바퀴 돌고 나면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1층에서 시작해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가 이리저리 돌다 보면 지금 있는 곳이 2층인지, 3층인지 아니면 다시 1층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곤 했다. “층과 층 사이의 구분을 없애고 모든 공간을 연결시키는 콘셉트로 설계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매장의 연면적은 1800m²로 공사 전보다 2배 넓어졌다. 샹젤리제 거리의 땅 값은 뉴욕의 5번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 그런데도 루이비통에 이어 명품 브랜드들이 이곳에 새로 매장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명품 브랜드들은 샹젤리제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몽테뉴 거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샹젤리제가 몽테뉴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샹젤리제가 명품 브랜드들의 각광을 받는 이유는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관광객 중에는 명품 매장만 몰려 있는 몽테뉴 거리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져 매장에 들어가는 게 꺼려진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비해 샹젤리제의 루이비통 매장에는 슬리퍼와 배낭 차림의 10대 관광객도, 양손에 에르메스와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 쇼핑백을 가득 든 중년 부부도 함께 줄을 서는 풍경이 이어진다.

파리 언론들은 새 루이비통 매장은 궁극적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클라리덴 은행의 실리아 황 선 펀드 매니저는 “자국에 루이비통 매장이 있더라도 외국 관광객들은 브랜드 원산지인 파리의 매장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파리의 루이비통 매장에서 쓴 돈은 중국 내 루이비통 매출액의 2.5배를 넘었다. 이는 일본인 관광객보다 10% 이상 많이 쓴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새 루이비통 매장은 특히 가방 코너를 중심으로 제품 판매대마다 중국인 판매원을 배치하는 우대 정책을 선보였다. 매장 내에는 일본인 판매원보다 많은 듯했다. 한 중국인 부부는 이런 ‘대접’에 신난 듯 가방을 여러 개 집어 들었다.

그러나 일부 프랑스 언론과 패션전문가들은 이 전략에 대해 “희소성이 미덕인 명품의 가치가 지나치게 일반화된다”며 “루이비통 매장은 명품이 아니라 만물 백화점”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파리=김현진 사외기자 kimhyunjin5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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