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민상대로 파업 투쟁하나”…누리꾼 실망 분노

  • 입력 2005년 8월 31일 11시 30분


코멘트
30일 열린우리당 의원 청와대 초청 만찬에서 발언하는 노무현 대통령. 석동률 기자
30일 열린우리당 의원 청와대 초청 만찬에서 발언하는 노무현 대통령. 석동률 기자
“못 해먹겠다, 권력 내 놓는다, 2선 후퇴한다, 임기 단축한다…. 대통령이 국민 상대로 파업 투쟁을 하자는 건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이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30일 여당의원들과 가진 청와대 만찬에서 지역주의 정치구도 타파를 전제로 ‘2선 후퇴’나 ‘임기단축’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정치권과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치인생 마감단계에 마지막 봉사이며 희생적 결단”이라는 강조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31일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국정운영 능력이 없으면 조건 달지 말고 자리에서 내려와라” 등 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조건 달지 말고 그냥 그만둬라.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으면 그냥 ‘능력이 부족하니 그만 둬야겠다’고 깨끗이 얘기하면 될 것 가지고, 왜 물귀신 마냥 한나라당을 끌어들이느냐?(jsptoto)”

“고생도 하고, 노조 투쟁도 하던 분이라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줄 알았는데, 가뜩이나 살림살이도 어려운 국민을 상대로 대통령이 파업 예고하며 투쟁을 하다니.(뽕푸레)”

“보선 패배를 국민의 지역감정으로 돌리며 권좌를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건 국민에 대한 일종의 ‘협박’이다.(qubano07)”

“노무현 대통령 만들어 주려고 내 돈으로 후원까지 했는데, 쓸데없는 짓을 한 같아 억울하기만 하다. 제발 조용히 물러나던가, 임기동안 입 좀 다물라.(wo2525)”

노 대통령의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많았다.

“대통령 임기단축의 조건으로 내각제를 관철하고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통해 일본 자민당처럼 일당독주 체제를 완비해 총리를 하겠다는 얘긴가?(my12cm)”

“임기도 후반부로 접어드는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대선자금 수사당시 불법 자금이 한나라당의 10%가 넘으면 하야하겠다고 해놓고도 눌러 앉은 자리인데, 누가 임기단축이라는 소릴 믿어주겠는가.(나의소신)”

반면 “역대 어느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겠냐고 했나, 진정성을 믿어주자(모꼬지)”, “기득권의 저항 때문에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이 좌초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만 할 게 아니다(joy9407)” 등 노대통령을 옹호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야당의 반응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31일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대연정에는 국민도 경제도 안보도 부동산 정책도 없고 오로지 ‘정치인 노무현의 업적’을 찬란히 남기겠다는 과욕과 오만과 오기밖에 없다”며 “대통령은 발언의 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이고 더불어 대통령의 권위도 날개 없이 추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을 분도 아니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내놓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중도하차, 임기단축까지 얘기하는 건 대통령직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하는데 국민입장에서는 국민노릇 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 盧대통령 "2선후퇴나 임기단축도 고려"

▶ 한나라 "노 대통령 회오리 정치로 이목끌려 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