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癌 이겨야죠”…연극배우 박정자의 특별한 사랑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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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박정자 씨(왼쪽)와 영화감독 박상호 씨 남매. 박 씨는 암 투병 중인 오빠를 위해 박 감독의 대표작인 영화 ‘비무장지대’ 상영회를 마련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연극배우 박정자 씨(왼쪽)와 영화감독 박상호 씨 남매. 박 씨는 암 투병 중인 오빠를 위해 박 감독의 대표작인 영화 ‘비무장지대’ 상영회를 마련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연극배우 박정자(63) 씨가 암 투병 중인 오빠를 위해 영화 ‘비무장지대’ 상영회를 근 40년 만에 마련한다.

박 씨의 오빠는 원로 영화감독 박상호(74) 씨. 영화감독이 되기 전 극단 신협의 배우로도 활동했던 박 감독은 1남 4녀 중 막내인 박 씨를 연극으로 이끌어 주기도 했다. ‘비무장지대’(1965년)는 박 감독의 대표작으로 62분짜리 ‘논픽션 버전’과 90분짜리 ‘극영화 버전’ 등 두 가지로 만들어졌다. 1966년 제13회 아시아 영화제에 출품돼 비극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원본 필름은 1965년 상영 이후 없어졌다. 박 씨는 지난해 말 우연히 원본 필름을 복원할 수 있는 35mm 마스터 필름(일종의 복사용 필름)이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음을 알게 됐다.

“4년 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박상호 감독 회고전’을 열었는데 그때도 이 작품은 필름이 없어 상영하지 못했죠. 오빠가 너무나 애타게 찾던 영화였던 만큼 오빠의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꼭 보여드리고 싶어 상영회를 갖게 됐습니다.”

박 씨는 국가기록원 측에 필름을 빌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자료의 외부 반출 금지’ 원칙 때문에 번번이 거부당했다. 할 수 없이 이번 상영회는 논픽션 버전을 방송 테이프에 담은 복사본을 이용한다. 하지만 박 씨가 애타게 찾는 것은 90분짜리 극영화 버전이다. 박 씨는 “우리 영화사에서 중요한 자료인 만큼 마스터 필름이 더 훼손되기 전에 복원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현재 암 말기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며 최근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상영회는 다음 달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내 영상자료원에서 열린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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