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술로 출산 후 자연분만 하는 ‘브이백’ 시술

  • 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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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수술로 출산을 한 번 경험한 임신부들을 중심으로 브이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박종영 씨
제왕절개수술로 출산을 한 번 경험한 임신부들을 중심으로 브이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박종영 씨
“첫아이를 제왕절개수술로 낳았는데 둘째 아이는 자연분만이 가능한가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이곳의 권지영 교수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임신부들에게서 이 같은 질문을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받고 있다. 제왕절개수술보다 자연분만이 회복도 빠르고 일찍 퇴원할 수 있으며 모유 수유가 쉽다는 인식 때문.

권 교수는 “제왕절개수술 후 자연분만(VBAC·브이백) 시 자궁 파열은 100명 중 1명, 또 아기가 위험한 경우는 1000명 중에 1명꼴”이라며 “아기가 위험할 가능성은 초산인 임신부가 자연분만 할 때 위험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절왕절개수술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가운데 제왕절개수술로 출산을 한 번 경험한 임신부들 중심으로 브이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에 따르면 브이백을 시도한 산모가 2000년 99명에 불과하다가 2002년 183명, 2004년 205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과거에 자궁질환 때문에 수술경험 있는 임신부는 안돼

중요한 것은 임신부의 의지다. 초산을 경험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된다는 말. 골반이 넉넉할수록 성공률이 높다. 쌍둥이를 임신한 경우도 큰 문제는 없다.

단 과거에 자궁질환 때문에 수술한 경험이 있는 임신부는 제외다. 자궁의 두께가 상당히 얇아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던 산모 중 세로로 자궁을 절개 받은 경우도 제외.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장진범 교수는 “첫아기 임신 때 태반이 자궁 입구 가까이에 붙어 있었거나 태아가 옆으로 누웠을 때 자궁을 세로로 절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자연분만 시 꿰맨 곳이 잘 터진다”고 말했다.

○ 마취과 의사 상시 대기하고 있는 병원 선택해야

만일을 대비해 응급수술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마취과 의사가 상시 대기 하고 있는 병원인지 확인해야 된다. 응급 수술 때는 수혈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혈액 공급이 원활한지도 확인한다. 또 산부인과 의사가 브이백에 대해 얼마나 호의적인가, 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자궁 파열의 위험성 때문에 나중엔 제왕절개수술을 선택하는 의사가 많기 때문이다.

브이백을 받은 엄마들의 온라인 모임인 아름다운 출산(http://cafe.daum.net/VBAC)이라는 카페에서 정보를 얻는 것도 한 방법이다. 브이백에 성공한 엄마들의 성공담과 출산한 병원 및 담당 의사들의 소개가 자세히 올라와 있다.

○ 두 번이상 제왕절개수술 경험있는 임신부는 피하는 게 좋아

태아의 몸무게가 4.5kg 이상인 경우 성공률이 절반가량(42%) 떨어진다. 또 자궁파열 위험도 1% 정도로 증가. 두 번 이상의 제왕절개수술 경험이 있는 임신부의 경우도 자궁파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첫아이와 둘째 아이의 터울이 짧을수록 자궁파열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최소한 첫아이 출산 뒤 6개월 정도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첫아이 출산시 난산한 임신부도 성공률이 떨어진다. 임신한 지 41주가 지나 유도 분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경희의료원 산부인과 김승보 교수는 “브이백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분만 진행이 안 된 경우이며 이것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 다음이 산모 스스로가 진통을 견디지 못해 제왕절개수술을 원하는 경우였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브이백 임신부의 산전 진찰

▽임신 34주 이전=일반 임신부와 진찰 동일.

▽임신 36주=브이백 금기사항 확인, 초음파로 태아의 크기와 위치 양수량, 태반의 위치를 확인, 브이백의 장단점 상담, 수술을 위한 기본 검사.

▽임신 37주=임신부가 브이백을 시도할 의지가 있는 경우 동의서를 받음, 이 시기 분만진통, 양수 파열, 질출혈이 생길 수 있음. 수술 준비검사 결과를 확인.

▽임신 38주=초음파를 이용해 자궁의 두께를 측정해서 자궁 파열의 가능성을 미리 검사.

▽임신 41주=41주까지 자연진통이 오지 않으면 수술날짜를 정하고 진통을 기다림. 42주 이후엔 브이백을 시행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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