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00년 프리드리히 니체 사망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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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신가. 프리드리히 니체가 나, 차라투스트라를 세상에 내보내고 1900년 8월 25일 세상을 떴으니, 벌써 100년도 더 지났군. 그가 내 이야기를 끝맺지 못해 안타깝지만 뭐, 상관없다네. 미래의 시간에서 영원히 사는 사람이 바로 나 아닌가.

마침 잘됐군. 그동안 내가 받은 억울한 오해에 대해 해명을 좀 해야겠네. 내가 말한 ‘초인(超人)’이 마치 뛰어난 영웅을 말하는 양 왜곡되고, 히틀러가 그에 감화돼 독재정치를 했다는 둥…. 아니, 무슨 이런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다 있나.

‘초인’이란 자신을 뛰어넘는 사람, 극복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슈퍼맨이 아니라네. 평생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고 하나의 진리, 하나의 길을 부정했던 니체와 내가 슈퍼맨을 숭앙할 것 같은가.

니체는 길들여진 눈과 귀로 세상을 바라보고 철학이 뇌를 길들이는 것에 평생 저항했다네. 자신의 철학을 광기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대의 구속을 뛰어넘으려면 자기를 미치게 하거나 미친 짓을 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있었겠나.

니체를 두고 ‘실존주의의 선구자’ 운운하면서 어렵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럴 것 없네. 니체의 철학은 간단하다네. 삶을 사랑하라!

삶을 사랑하는 건 체념도, 파괴적인 발악도 아니고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지. 건강과 생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철학은 철학도 아니라네. 오죽하면 니체가 음식이 철학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겠다고 ‘영양 철학’이라는 희한한 말까지 만들어냈겠는가. 그런 점에서 요즘의 참살이(웰빙) 추세는 맘에 들더군. 그 장삿속만 빼놓고 말일세.

우린 ‘행복조차 배워야 하는 짐승’들이지. 정말 날고 싶다면, 문 밖에서 사유하는 법, 걷고 뛰고 오르고 춤추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네. 발이 정말로 가벼워지면 대지 위에 늪과 두터운 비애가 있다고 해도 쉽게 건너뛰고 달릴 것이며 마치 빙판 위에서처럼 멋지게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네.

애플컴퓨터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라는 친구도 이렇게 말했더군. ‘늘 배고프고, 늘 어리석어지라’고…. 달아나게! 고독 속으로, 거칠고 바람 부는 곳으로. 파리 쫓는 총채가 되는 건 그대의 운명이 아니라네. …뭐, 싫다면 할 수 없고. (낄낄거리며 사라짐)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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