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나눕니다]<4>민예총 문예아카데미 이창재 교수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코멘트
의식의 영역을 다루는 철학과 무의식의 영역을 다루는 정신분석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이창재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정신분석 전담교수. 이종승 기자
의식의 영역을 다루는 철학과 무의식의 영역을 다루는 정신분석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이창재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정신분석 전담교수. 이종승 기자
그는 제도권 교육 밖에서 종합문화예술 강좌를 펼쳐온 문예아카데미의 비장의 무기다. 본격적인 정신분석학과 철학을 접목한 대중강연가로는 국내 유일한 존재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창재(48)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예아카데미 정신분석 전담교수. 그는 1993년 연세대에서 니체의 도덕계보학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7∼98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후 과정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전공했다. 그는 이후 임상치료 상담과 대중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정신분석학 강의는 ‘치료’에 초점을 둔 전문의학 강좌나 개론수준의 교양강좌가 대부분이다. 최근 정신분석학을 인문학과 접목시킨 라캉학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철학과 문예평론의 응용적 성격이 강하다. 그에 비해 이 교수는 2000년부터 5년여에 걸쳐 프로이트 전집 20권의 원전 강연을 마쳤을 정도로 정신분석학의 기본에 충실하다.

“한때 20세기 최고의 학문으로 평가받던 정신분석학은 6, 7개 학파로 분열된 데다 최근 임상치료에서 과학적 인지치료가 더 각광을 받으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이 의학과 결합하기보다는 인문학과 결합할 때 인류에게 더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던 프로이트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초에 더 투철해야죠.”

그의 정신분석학 강의의 특징은 ‘치료’보다는 ‘성찰’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철학교수를 꿈꾸던 그가 프로이트를 전공하게 된 것은 자신의 내면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고통이 어린 시절 성적 욕망의 억압과 도덕적 검열의식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철학의 도움을 얻어 이를 치유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 중심의 정신분석학은 환자의 병리적 증상의 구체적 해소와 정상성의 회복에 초점을 둡니다. 사람은 누구나 신경증, 자기도취증, 경계성 인격 장애의 요소를 조금씩 지녔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자신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고 탐구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철학은 다양한 가치 스펙트럼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이 그렇게 노출된 고통에 피동적으로 함몰되지 않고 능동적인 의미를 창출하게 도와줍니다.”

그는 “수강생 중 50%가량이 한 학기 만에 자신의 꿈을 분석할 수 있게 되고, 두 번째 학기부터는 그 중의 80%가량이 자유자재로 예술작품 비평과 신화분석을 펼치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정신분석학을 실제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지혜를 키우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20여 년 전부터,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철학과 정신분석학을 함께 전공한 철학치료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의식을 대상으로 한 철학과 무의식을 대상으로 한 정신분석학의 만남의 시너지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5년여간의 강의록을 바탕으로 2000년 출간한 ‘니체와 프로이트’를 대폭 개정해 ‘정신분석학과 철학’이란 제목으로 최근 출간하면서 “철학교수의 꿈을 접고 정신분석학의 대중화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내년에 정신분석연구소를 세우고 꿈, 신경증, 신화학에 대한 3부작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신분석학은 최고도 아니고 만능도 아닙니다. 그러나 남보다 삶의 고통에 민감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운 집단경험을 공유한 약소민족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바로 그 초석을 놓는 것입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