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몸 이야기]<5>머리카락도 중요한 ‘의상’이다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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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용을 하는 무용수들이 쓰는 가체의 무게는 3∼4kg에 이른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한국 무용을 하는 무용수들이 쓰는 가체의 무게는 3∼4kg에 이른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현대무용은 여자 무용수들이 머리 풀고 무대를 왔다갔다만 해도 그림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로 현대무용에서 ‘긴 머리’는 중요한 표현 수단의 하나다.

얼마 전 내한한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슈 공연에서도 여성 무용수들은 하나같이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와 수시로 머리채를 휘둘렀다.

무용평론가 박성혜 씨는 “여성 무용수가 휘두르는 긴 머리카락은 무대에서 ‘여성성’을 표현하는 대표적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또 금발, 흑발 등 머리색은 무용에서 인종적 정체성을 나타낼 때도 효과적이다. 백인 무용수가 흑인 무용을 할 때 흑인 특유의 부풀어진 펑크 머리를 흉내 낸 가발을 쓰고 나오는 것도 그런 예.

발레나 한국무용에서는 머리를 풀어헤치는 경우는 드물다. 발레는 목선과 어깨선이 잘 드러나도록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려야 한다. 발레에서 머리를 풀고 나오는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 ‘지젤’ 정도.

무대에서는 머리카락도 ‘의상’인 만큼 때로는 무용수에게 ‘의상비(미용비)’도 지급된다. 지난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은 작품 배경인 중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출연 무용수 전원에게 “구불구불하게 웨이브가 들어간 파마를 하고 오라”며 3만 원씩 지급했다.

전통 무용의 경우 여성 무용수들은 가르마를 타야 하는 만큼 앞머리를 짧게 자르면 안 된다. 머리 길이도 최소한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길러야 한다.

리틀엔젤스예술단의 경우 아예 ‘두발 규칙’이 있다. 세 갈래로 머리를 땋아서 끝만 약간 남기는 이른바 ‘디스코 머리’는 이 예술단의 일종의 ‘유니폼’. 단원들은 입단 후부터는 머리를 길러야 하며 반드시 웨이브 파마를 해야 한다. 생머리를 땋으면 춤추는 동안 머리가 쉽게 풀리거나 몇 올씩 빠져나와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

작품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검은 머리 사이에서 혼자 튀어 보이는 염색은 당연히 금물이다. 남자 무용수들은 머리 스타일에 큰 제약은 없다. 하지만 한국 무용의 경우 남자도 짧게 깎은 스포츠형보다 약간 기른 장발이 좋다. 상투를 틀고 망건을 쓸 때 목덜미 부분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

궁중무에서는 종종 머리에 가체를 얹은 ‘큰머리’가 등장한다. 사뿐사뿐 춤을 추는 듯 보여도 여성 무용수 머리 위에 놓인 가체는 꽤 무겁다. 국립극장 장신구실의 엄인섭 주임은 “인조 명주를 사용해 최대한 가볍게 만들지만 장식 등이 있어 3∼4kg은 족히 나간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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