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제우 부친 문집‘근암집’ 번역한 최동희 고려대 명예교수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08분


코멘트
“동학·천도교는 퇴계학의 뿌리에서 나왔어요. ‘한울님을 믿으라’는 동학의 교리는 결국 ‘태극(太極)을 하느님으로 받들라’는 퇴계학의 가르침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학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1824∼1864)의 부친 근암 최옥(近庵 崔k·1762∼1840)의 문집인 ‘근암집(近庵集)’을 최근 번역한 최동희(80·철학·사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근암집 구석구석에서 전통적으로 우리 겨레 삶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하늘 신앙’을 엿보고 들을 수 있었다”며 “정말 뜻밖에도 책 여기저기서 동학이 움트고 싹트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고 말했다.

근암은 수운에게 16세까지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집에서 직접 한문만 가르쳤고, 수운은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한문에 통달해 나중에 동학 교리를 설파할 때도 한문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근암은 부친의 뜻에 따라 과거 공부에 매달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50세를 넘겨 퇴계의 성리학에 몰두해 삶 속에서 퇴계학의 가르침을 실천해 나갔다. 수운은 동학을 만들면서 퇴계학에 정통한 부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최 교수는 퇴계학의 기본 가르침인 ‘이(理)도 기(氣)도 그 나름으로 작용한다’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하늘이 만물을 다스리고, 기가 만물을 생성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우리 전통의 ‘하늘 신앙’에서 유래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늘 신앙’이 몸에 배어 요즘도 ‘하늘도 무섭지 않느냐’ ‘하늘이 내려다 본다’ 등의 표현을 흔히 쓴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수운은 우리 전통의 한울님(하늘님)을 한문 ‘천주(天主)’로 번역했다가 당시 천주교 박해상황에서 천주교인으로 오인 받아 처형당했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일찍이 독일 철학을 연구하다가 1970년대 이후 동학 등 동양철학 연구에 매진해온 최 교수는 “다음에는 ‘용담유사’(수운이 지은 동학 포교용 가사집)를 제대로 풀어내겠다”고 말했다. ‘용담유사’는 한글 가사체이지만 한문 번역문장으로 돼 있어 뜻을 알기 어려운 책으로 알려져 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