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공포 회오리]YS때 도청내용 유출도 처벌가능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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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김종빈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국가정보원이 5일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3월까지 불법 감청(도청)을 했다고 밝힘에 따라 검찰이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방향도 수정했다.

2대 정권에 걸친 국정원의 조직적인 도청 사실이 드러나면서 두 전직 대통령까지도 검찰 수사를 비켜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YS와 DJ 수사할 수 있다=검찰 수사는 그동안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과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에 이뤄진 도청 테이프 유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제의 도청은 1997년에 이뤄졌고 테이프 유출은 1999년에 있었다.

이 가운데 YS 정부 시절 이뤄진 도청에 대해선 공소시효(5년)가 지나 검찰도 수사 자체를 놓고 고민해 왔다. 통신비밀보호법은 2002년 3월 개정이 되면서 공소시효가 7년으로 늘었다. 그 이전에는 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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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정원의 도청 실태 조사결과 발표 이후 검찰의 태도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검찰 관계자는 5일 “도청은 흔히 유출이라는 또 다른 범죄가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도청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파생 범죄인 유출 부분에 대한 단서를 포착한 것처럼 들린다. 검찰이 지금 당장 기소한다고 가정할 때 5년 전인 2000년 8월 이후 도청한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전현직 안기부 직원에 대한 국정원의 출국금지와 별도로 검찰이 YS 정부 시절 핵심 실세로 통했던 인사들을 무더기 출금 조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YS 정부에서 안기부 운영차장을 지낸 김기섭(金己燮) 씨와 1차장을 지낸 박일룡(朴一龍), YS의 차남 현철(賢哲) 씨 등을 출금 조치했다.

현철 씨 등을 통해 YS가 도청 내용을 보고 받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YS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DJ 정부 시절 이뤄진 도청과 외부 유출 부분도 공소시효를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차적인 수사 대상은 ‘X파일’ 회수와 유출 당시 재직했던 천용택(千容宅) 전 국정원장. 천 전 원장은 1999년 12월 기자들에게 이 테이프에 담긴 ‘DJ 대선자금’ 관련 내용을 얘기했다가 경질됐다. 그러나 이 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이전 공소시효(5년)이어서 사법처리가 어렵다.

다만 천 전 원장이 2000년 8월 이후에도 당시 정권 핵심 실세나 청와대에 도청 내용 등을 ‘보고’했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한 혐의가 확인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DJ 정부의 다른 국정원 간부들도 마찬가지. 국정원 직원법상 기밀 누설 부분은 아직 공소시효(7년)가 남아 있다. 당시 정권 최고위층도 이들에게서 도청 내용을 보고받았다면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직무유기로 처벌될 수도=두 정권의 국정원, 청와대 고위 공무원들이 당시 국정원의 도청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형법상 직무유기죄는 공소시효가 3년. 국정원이 2002년 3월 이후 도청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인정할 경우 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인사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정도로는 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위증죄 가능성=DJ 정부 시절 국정원 도청 여부에 대한 전현직 국정원장의 국회 위증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서 도청 사실을 부인했기 때문.

국회에서의 증언과 감정에 관한 법(제14조)은 ‘이 법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나 감정인이 허위 진술을 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DJ 정부 시절인 1998년 이후에 국회에서 위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국회가 위원회나 위원장 명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돼 있어 국회 고발이 전제가 돼야 한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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