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일까?…공포영화 보면 머리털이 쭈뼛서고 등골 오싹하다던데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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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이 쭈뼛, 등골이 오싹’.

흔히 공포영화를 본 후 감상을 표현하는 말이다. 무더운 한여름 더위를 잊기 위해 공포영화를 한 편 보면 이런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로 무서운 상황에서 사람의 머리털이 쭈뼛 설까. 또 등골이 오싹한 것은 정확히 어떤 반응을 의미하는 것일까.

○ 머리털 세우는 근육을 컴퓨터로 재구성

사자나 고슴도치 등 야생 동물이 적과 만났을 때 갈기나 온몸의 털을 곧추세우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자신의 무서움을 과시하거나 날카로운 털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다. 이때 피부 밑 털주머니에 붙어있는 ‘털세움근’이 수축하면서 털을 직각 형태로 바짝 세운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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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을 세워 과시할 일이 없는 인간은 어떨까. 퇴화돼 있기는 하지만 털세움근이 분명 존재한다.

건국대 의대 해부학교실 고기석 교수는 “사람 머리털도 실제로 쭈뼛 서기는 하지만 정도가 미미해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라며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자율신경계 중 근육의 수축을 일으키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된 결과”라고 말했다.

고 교수팀은 독일의 과학전문지 ‘세포조직연구(Cell & Tissue Research)' 7월호 온라인판에 사람 털세움근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20명의 성인 두피 조직을 얻어 가로 세로 5mm 표본을 만든 후 각각을 4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굵기로 얇게 잘라냈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한 표본 당 2000여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이를 컴퓨터에서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조사결과 털세움근 하나가 3, 4개의 머리털을 동시에 잡아당긴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고 교수는 “기존에는 머리털 하나에 털세움근 하나가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일반적으로 동물이 털을 효율적으로 세운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자가 갈기를 세울 때 털세움근 하나로 여러 개의 털에 동시에 작동시키면 시간과 에너지는 훨씬 적게 소요될 것이다.

그는 또 “이번 연구성과는 모발이식을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핏기 없어지고 온몸이 으스스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는 유독 여름에 많이 나온다. 공포감이 몰려들 때와 추울 때 신체는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그 이유가 수긍이 간다. 바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등골이란 ‘등의 한가운데 길게 고랑이 진 곳’이다. 물론 공포영화를 볼 때 오싹해지는 곳은 정확히 이 부위가 아니다. 추울 때처럼 등이 움츠러들고 몸이 으스스해지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공포를 감지하는 부위는 대뇌 변연계”라며 “이후 피부나 장기 등 인체 곳곳에 퍼져있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추울 때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바깥 기온이 떨어져 체온이 낮아지면 인체는 본능적으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다. 내부 장기에 혈액이 원활히 흐르도록 하기 위해 피부를 향한 혈관은 거의 닫힌다. 또 체온을 올리기 위해 피부 근육을 떨게 만들어 열을 발생시킨다. 공포감이 몰려올 때 얼굴에 핏기가 없어지고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공포물을 볼 때 평소보다 체온이 약간 상승해 외부 온도를 차게 느낀다고 한다. 정확한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한여름밤 귀신 얘기로 더위를 잊는 것은 나름대로 효과적인 피서법인 셈.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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