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복귀결정 막전막후]힐 차관보 수완+키신저 측면지원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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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과 6자회담 재개에 전격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미 행정부 소식통은 한국의 중대 제안 외에 ‘힐 차관보의 외교적 수완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외곽 지원’을 꼽았다.

이 소식통은 1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힐 차관보는 지난 6개월간 북한과 치열한 물밑 접촉을 하며 회담 복귀를 촉구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힐 차관보는 베이징을 자주 방문했다. 2월 17일 하루 일정으로 중국을 전격 방문했고 2개월 뒤인 4월 다시 베이징을 찾았다. 북한 핵문제의 해법에 관한 중국과의 의견 교환 및 조율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위한 의도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베이징 라인’을 총동원했다.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의 정보원과 개인적으로 자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내세워 베이징을 오가는 북한 김 부상의 라인과 접촉을 시도했다. 다만 직접적인 접촉보다는 중국을 메신저로 활용해 중국과 한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교적 활동 반경이 자유로운 힐 차관보 측 인사가 북한을 전격 방문했거나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힐 차관보의 이 같은 행보는 그가 미 행정부 내에서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힐 차관보 측은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처럼 (강경파의 위세에 눌려 회담장에서 훈령만을 읽는 등 상부지시에) 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의 위상을 북측에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미 외교안보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행정부 외곽에서 힐 차관보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외교를 중시하는 그는 뉴욕을 주무대로 미 고위 당국자들에게 일단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 북-미 간 뉴욕채널을 통해 접촉할 때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 협상 대사와 함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들을 위한 만찬을 주선하기도 했다. 행정부 당국자가 아닌 그가 지난달 뉴욕에서 “회담이 곧 재개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점도 6자회담 관련 상황의 진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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