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반쪽 이렇게 찾는다]결혼에 신데렐라는 없다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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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안 뜻 따르고

대학원을 졸업한 뒤 3년 전 국내 대기업에 입사한 A(35) 씨는 결혼정보업체에서 소개해 준 31세의 직장 여성과 3개월 후 결혼할 예정이다. 대학교 때부터 사귀어 온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마음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집안 어른들의 뜻에 따라 헤어졌다. A 씨는 “사회통념 같은 것은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혼하려니 아무래도 나보다 나이와 경제적 수입이 좀 적은 상대가 무난하다는 충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2 비슷한 환경 찾고

3개월 전 결혼한 B(31) 씨는 서울 강남의 8학군 고등학교 출신이다. 그의 아내 역시 강남 8학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 3학년 때 미팅에서 만난 이들은 같은 지역의 고교를 졸업한 데다 취미와 종교가 비슷해 자연스럽게 커플이 됐다. B 씨는 “자라 온 생활권이 같아서 그런지 처음부터 그냥 한 가족 같았다”며 “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동네 선후배끼리 결혼해 강남에서 계속 사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에서도 한국 사회의 결혼관이 여전히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남녀 대부분이 자신과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배우자를 찾는 ‘동질혼(同質婚)’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시립대 이윤석(李允碩·도시사회학과) 교수가 2003∼2004년 결혼정보업체 ‘선우’에 가입한 회원 9462명을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다. 이 중 744명은 실제 결혼을 했고 나머지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남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결혼적령기(20대 후반∼30대 중후반)인 남녀 커플 중 80.2%는 남성이 여성보다 1∼4세 많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는 1%가 채 안 됐다. 남성의 연봉이 여성보다 높은 경우가 86.1%이고 그 반대는 2%에 그쳤다.

자신과 같은 지역의 고교 출신을 배우자로 선택한 비율은 40.3%에 달했다. 특히 영남 서울에서 이런 현상이 강했다.

종교도 동질혼의 주요 요인으로 조사됐다. 종교를 갖고 있는 남녀가 자신과 같은 종교의 배우자를 찾는 경우가 52%에 이르렀다.

국민대 이명진(李名鎭·사회과학부) 교수는 “남성은 집안의 수익을, 여성은 집안의 교육을 담당하는 가부장적인 가족관이 우리 사회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사회문화적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을 배우자로 고르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실증됐다”고 설명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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