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황주에서 출생해 만주에서 성장한 고인은 6·25전쟁이 일어나 부산으로 피란갔던 1952년 어느 날 저물녘 빈 보리밭을 바라보며 적은 시 ‘보리밭’ 한 편으로 문학사에 이름을 새겼다. 이 시는 이후 같은 황해도 태생의 실향민 작곡가 윤용하 씨가 노래로 만듦으로써 1970년대 들어 ‘국민 가곡’으로 널리 불리게 됐다.
고인은 평양신학교 예과를 마친 뒤 만주 봉천신학교를 졸업했으며 이후 줄곧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두고 동심의 세계를 그려낸 아동문학가로 활동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로 시작하는 노래 ‘과수원 길’ 역시 고인이 쓴 동시에 김공선 씨가 곡을 붙인 것. 고인은 동화집 ‘부엉이와 할아버지’, 동시집 ‘초롱불’을 펴냈으며 시집으로는 ‘시인과 산양’ ‘그대 내 마음 창가에’ 등 16권이 있다.
기독교방송(CBS) 교양부장과 편성국장, 한국방송회관 상무이사 등으로 언론계에서도 일했으며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숙희(金淑嬉) 씨와 아들 성혁(成赫·목사), 딸 혜은(惠恩) 혜영(惠英) 씨 등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4호실. 발인은 12일 오전 9시. 장례는 한국아동문학회장으로 치러진다. 02-392-3499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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