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속담 속에 숨은 과학’…바늘구멍서 황소바람 쌩쌩

  • 입력 2005년 7월 2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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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담 속에 숨은 과학/정창훈 지음·이상권 그림/148쪽·9000원·봄나무(초등 3, 4학년)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

아주 추울 때는 바늘구멍 만큼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차고 매섭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속담이다. 저자는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진다. “어째서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세찬 걸까?”

공기와 같은 기체나 물 같은 액체처럼 흐르는 물질을 통틀어 ‘유체’라고 한다. 300년 전 스위스 과학자 베르누이는 ‘유체는 좁은 통로를 흐를 때 속력이 더욱 빨라진다’는 ‘베르누이의 정리’를 완성해냈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내쉬면서 손바닥에 대고 ‘하아’ 하고 불어보자. 그러고 나서는 다시 입을 오므려 좁힌 후 바람을 ‘훅’ 하고 불어보자. 입을 크게 벌렸을 때보다 입을 좁게 벌렸을 때 더 세찬 바람이 나온다. 주먹만 한 구멍으로 들어오면 ‘송아지바람’인데, 바늘구멍으로 들어오면 ‘황소바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베르누이처럼 과학적 이론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일찌감치 이런 원리를 간파했다. 1597년 불과 13척의 배로 왜군 함선 400여 척을 물리친 역사적인 ‘명량해전’의 승리도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것.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유인한 ‘울돌목’은 바닷물이 흐르는 길목이 좁아져 밀물이나 썰물 때 바닷물이 거세게 드나드는 곳이었다.

이처럼 저자는 속담과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섞어가며 아이들이 어렵다고 느끼기 쉬운 과학원리를 쉽게 풀어갔다. 과학도 오랜 관찰이 토대가 되는 만큼, 오랜 세월 경험과 지혜가 쌓여 만들어진 속담 속에 의외로 정확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봄볕은 며느리에게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 ‘봄볕에 그을리면 보던 임도 몰라본다’ 등의 속담을 통해 자외선과 적외선을 설명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라는 속담에서는 열의 전도현상과 ‘대류’에 대해 소개한다.

이 밖에 ‘물 위에 뜬 기름’(물과 기름의 비중),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착시현상), ‘새벽달 보려고 초저녁부터 기다린다’(달의 운행) 등 16개의 속담에 숨은 과학이야기를 읽다보면 과학이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고 속담처럼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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