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정부혁신위 부처의견 왜곡 ‘공공감사法’ 강행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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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혁신 등의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가 법무부와 국가정보원 등 정부 부처가 별도 감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면서 정부 부처가 반대하는데도 마치 찬성하는 것처럼 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정원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정부혁신위(위원장 윤성식·尹聖植)는 최근 정부 부처에 대한 감사의 효율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법제처에 제출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정부 중앙부처 내에 별도의 감사관실을 설치해 각 정부 부처에 대한 감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감사관실의 책임자는 외부 인사로 충원할 수 있도록 했다. 감사 대상에는 검찰과 국정원 등 수사 정보기관도 포함됐다.

정부혁신위의 법안 마련 과정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기밀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검찰은 수사기관을 외부인이 감사할 경우 수사기밀과 피의 사실이 누설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강한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혁신위는 법무부의 반대 의견을 묵살한 채 ‘법무부와 협의를 거쳤음’이라는 의견을 달아 법안을 법제처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정부혁신위가 사실을 왜곡했다면서 20일 다시 ‘반대’ 의견을 법제처와 정부혁신위에 전달했다.

국정원도 국가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정부혁신위에 요청했다.

정부혁신위 관계자는 “법무부가 지난해 반대 의견을 표명해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며 “그 뒤 아무런 의사 표시가 없어서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법안을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혁신위가 설명해서 들었을 뿐 찬성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혁신위 관계자는 30일 “법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수사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해 법무부 등의 요구 사항을 신중히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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