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6년 日 약탈 문화재 일부 반환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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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부터 일제강점기가 끝날 때까지 일본인들은 한반도에서 많은 문화재를 사실상 약탈해갔다. 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약탈이었다.

1966년 5월 27일, 그중의 일부가 이 땅에 돌아왔다. 약탈 문화재 반환은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제 조선총독부가 반출해 간 고분 출토품과 일본인이 개인적으로 약탈해 간 문화재 등 모두 4479점의 문화재를 반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개인 소유 문화재를 제외한 채 국유 공유 문화재 1432점만 반환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1965년 문화재 반환 관련 협정(‘문화재 및 문화 협력에 관한 협정’)을 맺으면서 ‘개인 소유 문화재는 자발적인 기증을 권고한다’고만 해놨기 때문이다.

그때 반환된 문화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보물 452호 청자 거북모양 주전자(청자귀형수주·靑磁龜形水注·고려 12세기)다. 연꽃 위에 거북이 앉아 있는 모양으로, 고려청자 명품의 하나로 꼽힌다. 약탈자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로 알려져 있다.

6년 뒤인 1972년 5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문화재에 관한 놀라운 뉴스가 터져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 확인됐다는 소식. 더욱 놀라운 건 그것이 한국의 문화재라는 사실이었다.

바로 ‘직지심경(直指心經)’이다. 1377년 충북 청주의 흥덕사에서 간행된 것으로, 원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금속 활자를 이용해 1455년 간행된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이 빠르다.

한국의 문화재지만 프랑스에 있어야 하는 ‘직지심경’도 비운의 문화재다. ‘직지심경’이 프랑스로 넘어간 것은 대한제국 말기. 당시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콜랭 드 플랑시(재임 1890∼1903년)가 ‘직지심경’을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친 뒤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넘어갔다.

그 후 ‘직지심경’의 존재는 잊혀졌다. 그러다 20여 년이 흐른 1972년 5월, 파리에서 열린 ‘책의 역사’ 전시를 통해 그 존재가 다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곧바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았고 2001년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에 ‘직지심경’은 없다. 금속활자로 찍어냈으니 여러 권이 있을 법도 한데, 아직 더 이상의 ‘직지심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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