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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 佛석학 장 보드리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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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 佛석학 장 보드리야르

입력 2005-05-25 03:38수정 2009-10-09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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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실재인 줄 알았던 현실 세계가 사실은 컴퓨터가 만든 가상 세계임을 알게 되면서 큰 혼동에 빠져 든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인 장 보드리야르(75·사진) 씨가 1981년 펴낸 대표 저서 ‘시뮐라시옹’에서 이 같은 혼동스러운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음을 이미 시사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화가 진행된 사회는 어느 시점에선 원본과 모사본의 차이가 없어지며, 모사본 역시 원본이 아니라 또 다른 모사본을 본뜨게 되는 단계에 이른다.

보드리야르 씨는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해 2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국의 생명공학자들이 실험에 성공한 줄기세포 복제는 현대 사회의 시뮐라시옹(모사·복제)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같은) 기호에 의해 실제적인 현실(생명체)이 청산되고 흡수돼 버리고 있다”며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돼 버려, 현실 속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는 사회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학자이자 철학자로서 1980년대 중반부터 현실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사진에 심취해 온 그는 25일부터 7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자신의 사진전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연다. 그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촬영한 자연이나 도시 모습, 정물화를 연상시키는 작품 등 70여 점이 전시된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이론과 사진의 직접적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사진이 주는 상징적 의미를 배제하고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의 대상으로 감상해 달라고 당부하곤 했다.

그는 “친구가 카메라를 선물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며 “글쓰기는 책임감을 주지만 사진을 찍을 때면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대림미술관에 전시할 사진에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고 사물과 상황, 빛과 앵글만이 존재한다”며 “내(자아)가 그 안에 없다는 점에서 사진은 유토피아와 같다”고 말했다.

1987년까지 프랑스 낭테르대 교수로 재직한 그는 ‘현대란 무엇인가’를 줄곧 연구하고 있으며 기술 문명의 폐해를 비판한 ‘완전 범죄’ ‘생산의 거울’ ‘소비 사회’ 등 30여 편의 역작을 내놨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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