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레이시아 FTA 타결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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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말레이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사실상 타결해 동남아시아 시장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양국은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통상장관 회담을 갖고 협상의 최대 쟁점인 자동차와 철강 제품의 관세를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내용의 수정안에 합의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가 25일 도쿄(東京)에서 만나 FTA 타결을 공식 발표한 뒤 올해 안에 협정문에 서명할 계획이다.

일본으로선 싱가포르(2002년 11월 발효), 멕시코(올해 4월 발효), 필리핀(작년 11월 합의)에 이어 네 번째로 동남아 경제권의 중심 국가인 말레이시아를 FTA 상대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양국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 2조9000억 엔(약 29조 원)으로 일본이 자동차, 철강, 전자부품 등을 수출하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 광업 자원을 주로 수입해 왔다.

일본 언론들은 동남아 전역을 ‘화교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중국의 시도에 맞서 이 지역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과 한국이 관세 인하 등을 내세우며 동남아와의 시장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일본만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일본 경제산업상도 “동남아의 핵심 공업국인 말레이시아와 FTA 합의를 이룬 것은 일본 경제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반겼다.

양국은 2004년 1월 FTA 협상을 시작했으나 말레이시아가 자국의 ‘국민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제 수입차에 대한 고관세를 유지하겠다고 주장해 진통을 겪었다. 결국 일본 측이 말레이시아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관세철폐 유예기간을 10년으로 정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앞서 일본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측과 바나나의 경우 연간 1000t 수입, 열대과일 야채 새우 등에 대해선 관세를 철폐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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