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못 빠져나가는 동네 만든다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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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이달 말부터 경기 부천시 심곡동, 소사본동, 원미1동 등 3곳에서 경찰관의 순찰활동뿐만 아니라 주거환경과 감시장비 강화 등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선진국형 범죄예방기법인 ‘셉테드(CPTED)’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이미 건설교통부 부천시 자문교수단 등과 함께 부천시의 지역별 특성과 범죄 발생 추이 등을 분석해 왔다.

시범구역에는 1차적으로 주민의 동의 아래 폐쇄회로(CC) TV가 설치되고, 골목길을 통행 중인 보행자 얼굴을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가로등 높이를 낮출 계획이다.

또 건물 외곽의 가스배관 방범창 발코니 등도 범행에 이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6개월 동안 시범구역의 범죄 발생 추이를 실시 전과 비교분석한 뒤 이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장기적으로는 범죄가 잦은 골목길 등에 열쇠를 가진 지역주민만 통과할 수 있는 ‘앨리게이터’를 설치하고 도시계획을 할 때 범죄자의 도주로를 막는 ‘막다른 골목’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선진국처럼 각종 건축물의 건축 때 환경이나 안전뿐만 아니라 범죄예방도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주택법 등 관련법의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경찰청 양성철(梁性喆) 생활안전과장은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에 적용 가능한 기법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민 동의와 예산 확보 등 과제도 많다.

경찰대 표창원(表蒼園·범죄학) 교수는 “예산 확보가 어렵고 개념도 낯설지만 주민들이 지역 치안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셉테드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을 줄인 말로 건물과 가로등, 감시장비 등을 범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 건축하는 기법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유래해 1980년대부터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의 건축 관계법령에 반영됐다.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셉테드(CPTED)의 사례
조명가로등이 차량을 위한 차도 조명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
조경 및 담벽범죄 은신처를 제거하기 위해 담을 없애거나 높이를 제한
CCTV주민 동의 아래 범죄가 잦은 골목길에 설치
어린이놀이터주택단지의 구석진 곳이 아닌 한가운데에 설치하고,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장애물 제거
퀼드삭막다른 골목이라는 뜻으로 도시계획 때부터 범인이 쉽게 도망갈 수 없도록 골목을 설계
앨리게이터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샛길에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대문을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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