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회창 때리기’ 3大사건 특검 추진키로

  • 입력 2005년 5월 14일 0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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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터진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관련 3대 의혹사건에 대해 13일 특별검사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3대 의혹사건은 이른바 ‘병풍(兵風)’, 즉 이 전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 제기와 기양건설로부터의 10억 원 수수설, 이 전 총재의 20만 달러 수수설을 말한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들을 현 여권이 관여한 ‘3대 정치공작사건’으로 규정하고 배후를 캐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는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병풍사건이 최근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 씨와 이를 보도한 오마이뉴스 등에 대한 대법원의 1억6000만 원 배상 확정판결이 나와 허위로 드러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

▽격앙된 한나라당=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당시 민주당에서 공작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공직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김 씨의 자문변호사였던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과 김 씨를 의인(義人)이라고 부른 박양수(朴洋洙·현 광업진흥공사 사장) 전 민주당 의원, 김 씨를 지원했다는 이해학(李海學)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효림 스님 등의 공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이들 사건을 친여(親與) 시각에서 보도했다며 KBS 등 공영방송과 오마이뉴스, 시사저널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정치공작 근절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2002년 대선에서 어떤 일이…=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3대 의혹사건이 제기되자 노무현 후보의 유세와 선거대책위원회 간부들의 공개회의 발언 등으로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섰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

특히 병풍 의혹과 기양건설로부터의 10억 원 수수설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을 각각 10%포인트와 5%포인트 하락시켜 대선 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석이다.

병풍의 경우 김 씨가 2002년 7월 31일 의혹을 제기한 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전 의원은 8월 23일 “김 씨는 100여 건의 병무비리를 밝혀낸 전문가이고 공로자”, 박 전 의원은 8월 26일 “김 씨는 의인이며 강직하고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10억 원 수수설에는 노 후보도 적극 나섰다. 11월 6일 KBS 토론회에서 “이 후보 일가에 10억 원을 줬고, 기양건설 대표 부인이 산 아파트에 이 후보가 살았다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잇달아 의혹을 제기했다. 11월 27일 대전지역 출정식에서는 “(기양건설 의혹은) 말이 의혹이지 사실 아니냐”고 말했고, 11월 28일 인천 부평역 유세에서는 “10억 원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부패투성이인 이 후보를 심판해 달라”고 역설했다. 12월 7일 KBS 연설에서는 “말이 의혹이지, 돈 준 장부와 증언이 드러난 사실”이라고 규정했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11월 12일 선대위 회의에서 특검수사를 요구한 데 이어 같은 달 15일 이 전 총재의 부인 한인옥(韓仁玉) 씨를 금품수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차떼기당’ 이미지 탈피=한나라당이 특검을 추진키로 한 배경에는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는 여권에 타격을 입혀 4·30 재·보선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을 무조건 ‘차떼기당’이라며 매도해 온 여권의 실체를 국민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특검의 실효성과 시기의 적절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소장파 의원은 “나도 분하지만 재·보선 승리 이후 민생 개혁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또 과거 문제로 가면 당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도 성명을 내고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안에 대한 특검을 발동하는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고 반대했다.

●대선 당시 민주당 주요발언

“병풍 폭로 김대업 씨는 의인.”

(박양수 의원)

“김대업 씨는 100여 건의 병무비리

를 밝혀낸 전문가.”(이상수 의원)

“말이 의혹이지 사실 아니냐.”

“10억 원을 수수한 부패투성이 이

후보를 심판해 달라.”

(노무현 후보, 기양건설 10억 원

수수설에 대해)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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