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개혁 코드싸움… ‘戰流’ 흐른다

  • 입력 2005년 5월 6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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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상임중앙위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성호시장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시장 상인들과의 ‘낙선사례’ 간담회에서 단체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남=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상임중앙위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성호시장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시장 상인들과의 ‘낙선사례’ 간담회에서 단체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남=김동주 기자
4·30 재·보선 참패 이후 한동안 잠복했던 열린우리당의 당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 상임중앙위원들은 6일 저녁 경북 경주에서 개최한 비공개 워크숍에서 향후 진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내홍(內訌)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분위기다.

▽‘실용 대 개혁’ 노선 투쟁=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재·보선 패배 후 “개혁과 실용은 같이 가야 한다”며 “이분법적인 사고는 권위주의적 시절의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개혁탈레반’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개혁우선론자를 공박하기도 했다. 재·보선 참패에도 흔들리지 않고 ‘실용’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도 성향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안개모) 소속 의원들도 4일 간담회를 갖고 “재·보선 패인이 개혁중단에서 비롯됐다는 일부의 시각은 말도 안 된다”며 가세했다.

그러나 개혁파 쪽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평당원 조직인 ‘중단 없는 개혁을 위한 전국당원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열린우리당의 실용이 국민의 염원인 개혁을 파괴하고 있다”며 “기간당원도 지지하지 않는 당이라면 내년 지방선거 이후 ‘폐당(廢黨)’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지도부 사퇴도 요구했다.

▽불씨 꺼지지 않은 민주당과의 통합론=문 의장이 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거론한 데 이어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도 6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같은 형제나 마찬가지다”라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물론 이들은 “통합이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지만 당내에는 염동연(廉東淵) 상임중앙위원을 비롯한 ‘통합파’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통합론이 언제든지 점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시민(柳時敏) 상임중앙위원을 비롯한 개혁 그룹은 “민주당과의 통합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경숙(李景淑) 의원도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원칙을 포기한 정치공학적 발상일 뿐”이라고 통합론을 비판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질 소지가 크다.

▽기간당원 문제=안개모 소속인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기간당원제의 골격을 유지하되 기간당원 경선에 의한 공직후보 선출 방식의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후보 당내 경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세 확산을 위해 당원을 급조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전당대회 대의원을 선출하는 시한인 2월 초 24만 명에 육박했던 기간당원 수가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15만 명으로 썰물처럼 빠진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파 그룹은 “기간당원제는 정당개혁의 근간으로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반박하고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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