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입시전문가와 고교 교사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새 대입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차분한 대응을 당부하고 있다. 내신 반영 비율 등 학생들이 걱정하는 사항들이 대부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중간고사 망치면 끝?=한 학기 성적은 ‘중간고사+기말고사+수행평가’로 구성된다. 대부분 지필시험 성적이 60%, 수행평가가 40%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간고사 성적은 기껏해야 해당 과목의 30%다. 100점을 맞더라도 해당 학기를 놓고 볼 때는 30점에 불과한 것.
고교 3년 동안 해당 과목의 시험을 12번이나 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대입에 활용되는 교과 점수에서 차지하는 각 시험의 비중은 더욱 줄어든다.
서울 양정고 도재원(都在元) 교무부장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감안하면 중간고사 100점과 90점의 차이는 대입에서 1점도 안 되므로 중간고사를 잘못 치렀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내신은 1학년 성적은 20%, 2학년 30%, 3학년 50%가 반영되므로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전 과목을 모두 만점 받아야 한다?=현재도 전 과목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은 없다. 서울대의 경우 예체능 과목은 ‘우’ 이상이면 만점을 주며 ‘우’ 이하라도 점수 차이는 거의 없다. 또 대학들은 계열별, 모집단위별로 전공의 특성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해 반영하는 추세이며 이런 경향은 2008학년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고 이강호(李康鎬) 교감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입학처장들도 주요 과목 위주로 내신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학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계열의 시험만 주력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5일 ‘교육가족에게 드리는 서한문’에서 “전 과목을 만점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불안해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극복하라”고 조언했다.
▽내신으로 대학 간다?=정부의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는 내신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내신 성적 등급화로 학교 내 성적 부풀리기 현상은 막아도 학교 간 학력 차이는 반영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중앙학원 김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내신등급 간 점수 차를 크게 줄 리가 만무하다”며 “일반고 학생끼리는 내신성적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도 오해라는 견해가 많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지난해 수능을 분석해 보면 언어 수리 외국어 등 3개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전국에 5000명 안팎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영역별로는 1등급이 2만4000명에 달하지만 모든 영역의 1등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고려대 홍후조(洪厚祚·교육학) 교수는 “교육부는 광역 모집단위별로 학생들이 어떤 과목과 영역에 더 치중하는 것이 좋은지를 미리 알려 수험생들이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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