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1 학생들 ‘內申의 저주’ 오해와 진실

  • 입력 2005년 5월 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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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로 대학에 진학하는 고교 1학년 학생들이 내신 부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강행할 태세다.

고교생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입시전문가와 고교 교사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새 대입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차분한 대응을 당부하고 있다. 내신 반영 비율 등 학생들이 걱정하는 사항들이 대부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중간고사 망치면 끝?=한 학기 성적은 ‘중간고사+기말고사+수행평가’로 구성된다. 대부분 지필시험 성적이 60%, 수행평가가 40%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간고사 성적은 기껏해야 해당 과목의 30%다. 100점을 맞더라도 해당 학기를 놓고 볼 때는 30점에 불과한 것.

고교 3년 동안 해당 과목의 시험을 12번이나 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대입에 활용되는 교과 점수에서 차지하는 각 시험의 비중은 더욱 줄어든다.

서울 양정고 도재원(都在元) 교무부장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감안하면 중간고사 100점과 90점의 차이는 대입에서 1점도 안 되므로 중간고사를 잘못 치렀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내신은 1학년 성적은 20%, 2학년 30%, 3학년 50%가 반영되므로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전 과목을 모두 만점 받아야 한다?=현재도 전 과목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은 없다. 서울대의 경우 예체능 과목은 ‘우’ 이상이면 만점을 주며 ‘우’ 이하라도 점수 차이는 거의 없다. 또 대학들은 계열별, 모집단위별로 전공의 특성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해 반영하는 추세이며 이런 경향은 2008학년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고 이강호(李康鎬) 교감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입학처장들도 주요 과목 위주로 내신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학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계열의 시험만 주력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5일 ‘교육가족에게 드리는 서한문’에서 “전 과목을 만점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불안해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극복하라”고 조언했다.

▽내신으로 대학 간다?=정부의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는 내신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내신 성적 등급화로 학교 내 성적 부풀리기 현상은 막아도 학교 간 학력 차이는 반영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중앙학원 김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내신등급 간 점수 차를 크게 줄 리가 만무하다”며 “일반고 학생끼리는 내신성적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도 오해라는 견해가 많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지난해 수능을 분석해 보면 언어 수리 외국어 등 3개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전국에 5000명 안팎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영역별로는 1등급이 2만4000명에 달하지만 모든 영역의 1등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고려대 홍후조(洪厚祚·교육학) 교수는 “교육부는 광역 모집단위별로 학생들이 어떤 과목과 영역에 더 치중하는 것이 좋은지를 미리 알려 수험생들이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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