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소녀들, 아픔과 용서를 노래하다

  • 입력 2005년 5월 4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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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떠난 후/새엄마마저 자기 갈 길을 찾아 떠나가고/가족이란 울타리는 산산이 부서졌다. 아버지가 부려 놓고 간 내일/가난한 내일은 있어도 죽을 수 없는 운명의/아- 아,/아.푼.가.루가 된 내가 걸어가야 할 달력이/벽에 걸려 있다.’(아.푼.가.루 중에서)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녀들이 세상과 자신의 부모를 향해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한 권의 책 안에 고스란히 담아 4일 세상에 내놨다.

‘떠다니는 저 종이배처럼’이라는 시집을 발간한 이들 소녀시인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오류애육원에서 살고 있는 중고교 여학생 11명.

이 시집에는 11명의 소녀가 김유권(金裕權) 시인 등의 지도 아래 2003년 겨울부터 최근까지 1년 6개월간에 걸친 동아리 활동의 결과물인 70여 편의 시가 들어 있다.

이들 소녀의 대부분은 결손가정의 아이들로 어렸을 적에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살아 왔다. 이들은 부모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그리고 자신들의 가슴 아팠던 이야기들이 시를 통해 용서와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려냈다.

이 시집의 한 저자는 “시를 배우면서 영혼에 지렛대를 세우고 조금은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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