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자연과 함께 숨쉬는 건축에 감동

  • 입력 2005년 4월 2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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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아시아 문화, 특히 도교와 풍수지리설에 관심이 많았다. 1996년 고속철도 환경 연구를 위해 한국에 온 후 고속철이 지나는 지역의 환경을 답사하기 위해 반년 동안 한국의 곳곳을 여행했다. 또한 기회가 날 때마다 역사적인 건축물과 전통마을을 찾아다녔다.

한국의 단편적인 인상들에서 느낀 하나의 공통점은 모든 것이 자연과 물질적인 것(혹은 비물질적인 것),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져 특정한 장소, 환경, 시간에서 조화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는 파란 눈의 프랑스 건축가가 10년간 한국 땅에 머물며 한국과 한국건축을 연구하게 한 원천이 됐다. 자연과 인간이 호흡하는 관계성은 나에게 특별한 자극을 주지 못했던 파리생활과는 달리 나에게 늘 새로운 자극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풍경이 이러한 조화로운 관계를 기초로 한다. 한국건축의 근간이 되어 온 ‘풍수’ 속에는 어떠한 것도 우연한 게 없다. 올바른 재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야 하며, 올바른 모습으로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법칙이 존재하는데 이는 자연을 거스르는 법이 없다. 사찰뿐 아니라 일반 주택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조화는 항상 최우선시 된다. 터를 잡을 때에도, 창문을 하나 낼 때에도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하는 것이다.

경주의 남산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수많은 탑이 정상을 오르는 남산 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모습과 각각의 탑을 에워싸고 소원을 빌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한국문화 안에서 일관된 형태로 이어져 온 자연과 건물과 사람의 교감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만들어 낼 핵심임을 확신한다.

2005년 트렌드의 키워드가 ‘동양과 서양,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패션 관계자의 칼럼을 최근 관심 있게 읽었다. 이제는 한국의 문화와 건축을 지탱해 온 근본인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참살이(웰빙)’ 트렌드 역시 물질문명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 회귀하게 하는 것이다. 참살이 열풍을 자연, 인간과 정신의 조화라는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아 한국의 현대 생활양식에 하나의 큰 획을 긋게 되기를 기대한다.

▼약력▼

1968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CNAM(Conservat-oire National des Art et Metiers)과 파리 콩플랑 건축학교를 졸업한 뒤 소르본대에서 예술철학을, 파리 빌레민 건축학교에서는 건축이론과 미학을 공부했다. 서울의 새 명물로 등장한 예술의 전당 부근 신개념 육교 ‘아쿠아 아트 브리지’가 그의 작품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남산을 찾아 산책을 즐긴다.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DPJ & Partners 대표·주한 프랑스상공회의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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