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문화재 수난시대…국립박물관서만 1만5천여 점 약탈

  • 입력 2005년 4월 2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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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은 이라크 정부에 문화재를 반환하는 행사를 가졌다. 반환 문화재는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 시대에 제작된 원통형 돌도장 8개로 이라크 주둔 미군들이 현지 벼룩시장에서 50달러씩 주고 산 것.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렇게 현지에서 구입한 문화재를 미군들로부터 수거해 돌려줬지만 아직 돌도장 수백 점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4대 인류문명 발생지 중 한 곳인 이라크의 문화유산이 2003년 이라크전쟁과 다국적군 주둔 등을 거치며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BBC방송이 25일 보도했다.

미군이 바그다드로 진격하던 2003년 4월 10일부터 사흘 만에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은 완전히 약탈당했다. 당시 사라진 유물은 1만5000여 점. 이 중 지금까지 수거된 유물은 5000여 점에 불과하다. 3000점은 이라크 내에서 수거됐고 2000점은 미국 등 다국적군을 파견한 국가들이 돌려줬다. 나머지 1만여 점은 아직 소재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개인 소장가들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끝난 뒤 다국적군이 이라크 전역에 기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문화재 파괴는 가속화됐다. 다국적군이 주로 기지를 설치한 남쪽 지역은 수메르,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시대의 고대유적이 몰려 있는 곳.

특히 미군은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 시대에 제작된 고대 벽돌길을 완전히 밀어내고 주차장을 만드는가 하면 참호를 만들기 위해 기원전 575년 만들어진 바빌로니아 도시 정문 ‘이시타르(Ishtar)’ 밑을 마구 파내서 국제 고고학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최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다국적군들은 자발적으로 200여 명 규모의 ‘문화재 보호대’를 조직해 유적지 주변을 순찰하고 도벌꾼의 접근을 막는 활동을 개시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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