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10>국제금융의 이해

  • 입력 2005년 4월 24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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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 열린 열번 째 청소년 시장경제강좌에서 정창영 시울시립대 교수가 ‘국제 금융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 열린 열번 째 청소년 시장경제강좌에서 정창영 시울시립대 교수가 ‘국제 금융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외국인 주주가 자신이 투자한 한국기업에 이익을 많이 내라고 요구하면 한국인 주주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이 잘 되게 하기보다 빨리 돈을 벌어 빼가려고 하면 ‘국부 유출’ 논란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투자를 막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문제가 되는 점은 제도로 보완하면서 금융개방은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기획한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열 번째 강의를 맡은 정창영(鄭昌泳)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23일 “한국 우량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높으면 국가적 손해가 아니냐”라는 한 중학생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정 교수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국제금융의 이해’라는 주제의 강의를 통해 국제금융의 의미와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변화, 한국이 ‘동북아 금융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다음은 강의내용의 요지.

○ 금융기관은 ‘경제의 심장’

경제를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여기서 ‘더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인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소득이 늘어야 하며 소득이 늘려면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질과 서비스, 경제용어로는 재화와 용역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돈(자본), 노동, 기술이 필요하다. 생산에 필요한 돈은 기업이 번 돈 중에서 다시 투자하는 몫인 ‘재투자’와 가계의 저축에서 나온다.

저축과 기업의 재투자를 통해 자본이 생산에 투입되도록 하는 기능을 ‘금융’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경제의 목적은 많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해 ‘경제성장’을 하는 데 있으며 금융의 목적은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자본을 생산에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가 저축을 할 때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없으면 기업에 돈이 전달되지 못한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가계 자금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을 ‘금융기관’이라고 부른다.

인체에서 심장은 피를 신체의 각 기관으로 보냈다가 다시 돌아오게 하는 순환기능을 맡는다. 사람의 몸에서 피가 도는 것처럼 돈이 경제에서 제대로 돌게 하는 것이 금융이며, 이 때문에 금융기관은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1990년대 후반에 겪었던 외환위기도 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 국제금융과 글로벌 시대

국제(國際)란 국경을 넘어간다는 뜻이다. 물건이 국경을 넘으면 국제무역이, 자본의 흐름이 국경을 넘으면 국제금융이 발생한다.

다른 나라에 더 싸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 상품을 수입하려고 하고 반대로 다른 나라 물건이 자기 나라의 물건보다 나쁘면 수출을 해서 이익을 내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기회가 있으면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며 해외에서 더 싼 자본(이자율이 낮은 자본)을 빌릴 수 있으면 기업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기 때문에 국제금융이 이뤄진다.

해외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돈을 ‘생산’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생산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가면 재화와 용역의 생산이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뤄진다. 결국 국제금융도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의 일부다.

국제무역에서 관세 등의 ‘무역장벽’이 있는 것처럼 국제금융에도 정부의 통제라는 장벽이 있다. 정부가 국제자본의 흐름을 통제하는 이유는 외국 돈이 너무 많이 흘러들어와 물가가 오르고 금리는 떨어져 경제적 혼란이 생기거나, 반대로 한꺼번에 돈이 빠져나가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국제금융에 많은 장벽이 있었지만 1992년부터 한국도 외국자본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 개방’을 시작하면서 국제금융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각국의 금융장벽이 계속 낮아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 한국이 ‘국제금융센터’가 되려면

세계적으로 국제금융 거래가 가장 집중된 곳은 영국 런던으로 국제금융거래의 30∼50%를 차지한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등이 ‘국제금융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금융거래는 반도체, 자동차 산업보다 이익이 많이 나면서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고(高)부가가치 산업’이자 ‘클린 산업’이다. 국제금융 종사자들은 소득이 굉장히 높아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제조업이 약한 영국이 잘 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국제금융은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런던 홍콩 싱가포르처럼 영어실력을 갖춘 전문가가 충분해야 한다. 원화는 달러화나 엔화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니라는 점도 한계다.

그러나 한국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기회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투자가가 많아지면 서울이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이 국제금융센터로 성장하는 데에는 외환딜러, 경제분석가, 국제변호사, 경영컨설턴트, 통계분석가, 컴퓨터전문가 등 고급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청소년 여러분이 영어실력과 논리적 사고능력을 갖춘 금융전문가로 성장한다면 언젠가는 국제금융센터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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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땐 달러팔고 원화사야▼

정창영 교수가 강의에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외환시장과 환율’이다.

그는 “국제금융은 갈수록 글로벌화되지만 각국의 화폐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외환시장과 환율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국제금융에는 외환거래가 필수적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팔아서 원화를 사야 한다.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거나 달러를 사고 원화를 파는 것이 바로 외환거래다.

달러를 판다는 것은 달러의 공급이 증가하는 것을, 달러를 사는 것은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 수요가 많아지면 달러 값이 올라간다. 따라서 달러당 원화 환율이 상승한다. 이때 원화의 가치는 거꾸로 움직이므로 하락한다.

반대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팔면(달러의 공급이 늘면) 달러 값이 떨어진다. 이때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상승한다. 외국인이 한국 투자를 늘리거나, 한국에 여행 와서 돈을 써도 달러 공급이 늘어난다.

달러 값이 떨어지면 즉, 환율이 하락하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일까.

장점은 달러로 표시된 물건 값이 내려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수출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한국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한국 상품의 가격이 국제시장에서 싸지기 때문에 수출이 잘 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2월 15일 현재 2002억 달러. 무역 흑자가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이 많아졌다.

외환보유액 2000여억 달러는 어디에 있을까. 한국은행 금고에 들어 있을까. 아니다. 대부분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돼 있다.

외환보유액을 달러로만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4월 30일(토) 오후 3시에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을 주제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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