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아인슈타인 영웅만들기…대형 추모이벤트 줄이어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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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0일 자신의 관저 앞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대형 초상화가 그려진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인슈타인(사진)은 현대인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발언도 곁들였다.

슈뢰더 총리뿐이 아니다. 최근 독일 전역에서는 ‘아인슈타인 열풍’이라고 해도 될 만큼 수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사망 50주년, 특수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이 되는 해라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이다.

올해 출판 예정인 아인슈타인 전기만도 30여 권. 독일 정부는 또 6억4500만 달러 규모의 과학연구기금을 설립하면서 이름을 ‘아인슈타인 기금’으로 명명했다. 과거 아인슈타인이 살던 집과 연구소를 둘러보는 관광상품도 40여 개나 새로 선보였다.

독일 정부와 학계, 경제계가 힘을 모아 ‘아인슈타인 띄우기’에 나선 것과 달리 그를 바라보는 독일 국민의 정서는 다소 복잡하다. 그는 자랑스러운 독일인인 동시에 독일을 등진 인물이기 때문.

1932년 나치 지배를 피해 독일 국적을 버리고 미국 시민이 된 그는 나치의 광기를 가능케 했던 당시 독일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55년 사망할 때까지 고국을 다시 방문하지 않았으며 독일 정부의 훈장 수여 제의도 번번이 거절했다.

독일 정부의 각종 아인슈타인 행사 추진에 대해 ‘의도적인 영웅 만들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국민들의 이런 복잡한 정서 때문. 일각에서는 “최근 수십 년간 독일 출신의 세계적 위인이 나오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경제가 침체를 거듭하자 국민적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영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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