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결제덕에 자영업자 세금 ‘쑥’

  • 입력 2005년 4월 16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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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김모(45) 씨는 2000년 매출액을 1억 원으로 신고하고 소득세 120만 원, 부가가치세 500만 원을 냈다.

2004년 김 씨는 4년간 매출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매출액을 2억 원으로 신고하고 소득세 350만 원과 부가가치세 1000만 원을 납부했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에 따른 소득 노출로 탈세를 할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세청 통합전산망(TIS) 강화, 과세자료 제출법 시행, 건강보험 대상 확대 등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숨기기가 크게 어려워졌다.

▽자영업자 세금 납부 크게 늘어=15일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세는 2000년(2001년에 세금 납부) 4조8031억 원에서 2003년(2004년에 세금 납부) 6조2886억 원으로 7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는 25.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 가운데 소득세를 내는 사람도 많아졌다. 1999년 소득에 대해 전체 자영업자의 37.1%만 소득세를 냈으나 2003년 소득에 대해서는 전체의 45%가 소득세를 냈다.

수입액을 줄여 신고하는 방법으로 탈세를 하는 자영업자가 줄었다는 뜻이다.

연간 매출액을 4800만 원 이하로 신고해 낮은 세율을 적용 받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자는 2000년 전체 자영업자의 53.6%였으나 2004년 46.1%로 줄었다.

여기에는 신용카드 사용 증가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04년 총민간소비지출 가운데 신용카드 사용액은 49.1%로 1999년 15.7%에 비해 크게 늘었다. 민간부문의 소득 중 절반 정도를 세무당국이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막강 국세청 전산망=2003년 대구의 한 세무서는 TIS를 통해 의료용품 유통업체인 A사가 임플란트(인공 치아를 심는 치료) 재료를 치과 한 곳에만 대거 공급한 사실을 파악했다.

재료 구매가 많으면 매출액도 많아야 하는데 신고한 매출액은 1억8000만 원이었다. 조사관은 TIS로 확인한 자료를 치과 측에 들이밀었다. 결국 확인한 매출액은 11억 원이었고 거액이 추징됐다.

한국의 TIS는 주민등록번호나 사업자등록번호만 입력하면 개인별 납세정보, 재산 상황, 재산 변동 등이 바로 뜬다. 소득은 적은데 재산이 늘어났다면 세금 탈루를 의심할 수 있다. 2003년 구축된 국세정보시스템(TIMS)은 TIS보다 더 강력하다.

▽고소득 전문직 과세기반 확대=2000년 시행된 ‘과세자료 제출법’에 따라 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별로 수임 건수 등을 국세청에 통보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범위 확대로 의사들도 소득을 숨기기 어려워졌다.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지급 명세가 국세청에 통보돼 의사들의 소득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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