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서울명동 땅 싸움

  • 입력 2005년 4월 1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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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이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대만이 소송까지 제기해 한-중-대만 간 3각 외교문제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주한 대만 대표부는 8일 “대만 소유인 서울 중구 명동2가 83-6 토지를 주한 중국 대사관이 부당하게 명의 변경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를 원상 복귀하라”는 소송을 한국 법원에 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소송 대상은 명동 중국 대사관저(명동2가 83-7·옛 대만 대사관)의 담과 붙어 있는 227.4m²(68.8평) 크기의 땅. 현재 일반인의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다.

대만 대표부는 소장에서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국교가 단절된 대만과 한국은 1993년 7월 ‘한국 정부는 대만 명의의 비(非)외교재산 소유권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의 비망록을 작성했다”며 “대사관저 밖에 있는 ‘문제의 땅’은 분명히 외교재산이 아닌 만큼 중국의 명의 변경은 비망록에 위배되는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소장은 또 “비외교재산인 ‘문제의 땅’의 명의가 1995년 6월 16일자로 대만에서 중국으로 변경된 경위와 근거에 대해 지난해 10월 한국 외교통상부에 공문을 보내 엄중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으나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은 1995년 서울 중부등기소에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대사관, 영사관 같은 외교시설이 대만 명의에서 중국으로 변경된 만큼 ‘문제의 땅’ 명의도 바꿔 달라”고 요청했고, 등기소 측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만 대표부는 지난해 1월 보유 토지 일제점검 과정에서 ‘문제의 땅’이 1995년 중국 명의로 바뀐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중부등기소와 외교부에 항의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자 이번에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정식 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이 ‘문제의 땅’ 명의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양측 소송에 한국 정부가 직접 관여할 일은 없고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조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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