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獨 일간지 인터뷰]北核대응 양보끝 압박시작

  • 입력 2005년 4월 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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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협상 美 인사들 접견노무현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가운데) 일행을 접견하면서 페리 전 조정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북 협상 美 인사들 접견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가운데) 일행을 접견하면서 페리 전 조정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독일 방문에 앞서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 가진 8일자 회견에서 한일관계 외에 북한 핵문제,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북핵 문제, 미국에 새로운 양보 요구는 무리=노 대통령은 “지금 시점에서는 미국에 새로운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야 한다”며 북한보다는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은 미국이 ‘공격적 행위를 할 생각이 없다’고 명확히 밝히는 등 2003년 초보다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노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측에 북한의 정권교체를 의도하거나 핵무기를 포기하는 이상의 요구를 제기하는 발언을 하지 말도록 요구해왔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가 한국의 요구에 따른 것임을 설명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 일행과 만난 자리에서도 “6자회담 재개에 관해 한미 간의 목표는 일치하며, 지금은 북한이 조건 없이 회담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국들 간 상호신뢰가 실제로 확보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북-미 간 실질적인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FAZ와의 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도 지금은 북한에 공이 넘어가 있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일의 첫 단계는 남북연합=그동안 통일정책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던 노 대통령은 처음으로 “한국의 통일정책에서 첫 단계는 남북한 연합으로 유럽연합(EU)에서의 국가 간의 관계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정된 평화구조가 어떤 관념적인 통일계획보다 더 중요하며, 통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서 “독일 방식의 통일이 반복될 수는 없다. 남북한 간의 생활수준 격차가 크기 때문에 경제적 통합을 이룩해나갈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역량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통일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통일을 자주 말할수록 통일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생각 때문에 취임 이후 조속한 통일을 실현하고 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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