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채용 '흐림'…그래도 길은 있다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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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는 ‘이태백(20대의 태반이 백수)’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대학 졸업생들이 그만큼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올해도 채용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온라인 채용회사 인크루트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172개사의 올해 채용 예정인원을 조사한 결과 총 2만1017명으로 작년보다 2.2% 줄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작년보다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많은 기업이 아직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해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직원을 더 뽑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회는 항상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기업이 원하는 자질을 갖춘다면 취업문은 열릴 수 있다.

▽올해 채용시장 특징=경제전문가들은 한국도 이제 ‘고용 없는 성장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과거처럼 경기가 좋아져도 채용인원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경기회복보다 기업의 신규사업 추진 여부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오토넷은 신규 투자 및 사업 추진이 이뤄지면 채용인원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다른 특징은 대부분의 기업이 대규모 공채보다는 필요인력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수시로 사람을 뽑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것.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만 기회가 찾아온다.

또 감량 경영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개선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비(非)핵심 업무를 아웃소싱한다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의 채용비중이 높아질 전망.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임금근로자(1418만명) 가운데 임시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51.7%나 차지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한국은 수출비중이 높아 세계경제 회복세가 국내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

이는 2003년 2.9%보다 높아진 것. 또 신용카드사의 부실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올 하반기부터는 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구직자에게는 긍정적이다. 내수가 어느 정도 살아나야 기업의 신규 투자도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채용 규모를 늘린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그룹은 작년에 채용 규모를 5600명에서 6700명으로 늘렸으며 올해는 7000명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도 실업난 해소를 위해 공기업을 중심으로 채용인원을 늘릴 예정이며 이러한 배경에서 올해 4000명의 공무원을 더 뽑기로 했다.

인크루트는 전기·전자, 정보통신, 외식·식음료 등의 업종에서 신규채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뀐다=전통적인 명문대 출신 모범생보다는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개성파 인재를 원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한 경험에 가산점을 주고 컴퓨터 해킹대회 입상자를 정규사원으로 뽑기도 한다. 학력에 관계없이 프로그램 개발능력만 보고 기술진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서류전형 비중이 낮아지고 파격적인 면접시험이 도입되고 있다.

삼성전자 인사팀 지세근 차장은 “기업 환경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면서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현장형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 차장은 “외국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만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취업전략은 이렇게=우선 자신의 적성에 맞는 현장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진로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결정해야 한다.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맞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좋다.

이색경력으로 화려한 데뷔를 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각종 아르바이트와 인턴십 공모전 등의 경력은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업에서는 최근 사내추천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직원들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뽑는다는 측면에서 아주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선후배 등과 같은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 적극적으로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인맥을 넓혀 갈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채용시험에서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기업에서 뽑고자 하는 직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업무능력과 경험에 비춰 해당 업무에 적임자임을 강조해야만 한다.

기업들의 수시채용에 대비해 온라인 이력서를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자세도 필수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5~10년후 유망코드 '건강-글로벌-네트워크' ▼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는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중앙고용정보원은 4년에 1번씩 ‘향후 5년 후 유망직종’을 조사해 발표한다.

선정 기준은 업계의 일자리 증가 속도가 빠른 것. 작년 2월에도 310개 직업 가운데 33개를 유망직업으로 꼽았다. 예를 들면 애완동물 이용사, 텔레마케터, 시스템소프트웨어개발자, 컴퓨터게임 개발자, 가상현실 전문가, 정보기술(IT) 컨설턴트, 영상 및 음성처리 전문가, 웹 개발자 등.

하지만 미래 유망직업을 선정하는 데 일자리 증가 속도만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IBK컨설팅 김한석 수석컨설턴트는 “미래 유망직업은 현재 사회 흐름과 맞물리게 마련”이라며 “5년 혹은 10년 후 화두는 건강, 휴식,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될 것이며 이와 관련된 직업이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컨설턴트가 꼽은 5년 후 유망직업은 애견도우미, 직업컨설턴트, 헬스트레이너, 중국지역전문가, 심리상담사 등 5가지.

독신이 점점 늘면서 삶의 동반자로 개를 키우는 사람이 증가하고 직업도 더욱 다양해져 애견도우미와 직업컨설턴트가 유망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지난해 웰빙(Well-being) 열풍과 관련해 몸매와 건강을 관리해주는 헬스트레이너가 중요해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살, 정신이상 등이 늘어나 심리상담사도 인기 직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10년 후는 실버컨설턴트, 음악치료사, 성공관리사, 레저상품 개발자, 모바일 카페 운영자 등이 유망할 것으로 김 컨설턴트는 분석했다.

아직 국내 노인복지는 열악한 편. 하지만 10년 후에는 노년층이 크게 늘면서 노인복지가 중요한 키워드가 돼 실버컨설턴트가 유망해질 전망이다.

유아부터 취업 후 경력 관리까지 컨설팅해 주는 성공관리사, 휴대전화 전용카페 운영을 담당하는 모바일 카페운영자 등은 새롭게 생겨날 전망이다.

김한준 중앙고용정보원 연구원은 “미래 유망직종을 고를 때는 신규고용이 늘어나는지, 현재 임금 수준이 높은지, 고용이 안정적인지 등 3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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