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의혹 항공기에 무장경관 배치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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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최근 테러 경보 수준을 ‘오렌지’로 올린 데 이어 테러 가능성이 있는 외국 항공기에 대해 무장 법 집행관 탑승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각종 생활정보가 담긴 연감(年鑑)을 휴대한 사람을 집중 감시 대상자로 지목하는 등 테러방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31일 오후 9시부터 2004년 1월 1일 오전 3시까지 6시간 동안 서부 관광지 라스베이거스의 공항 주변 16km를 비행제한구역으로 지정해 군용 및 상업용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민간비행기의 비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연말을 맞아 20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에 무장 법 집행관=국토안보부는 특정 항공기가 테러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국적에 관계없이 항공사에 무장 법 집행관의 탑승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를 거부하면 해당 항공기의 미 공항 착륙이 금지된다.

영국 정부는 28일 “평복 차림의 무장경관을 선택적으로 여객기에 배치한다”며 미 정부의 방침을 수용했다.

하지만 영국의 조종사 및 승무원 단체들은 즉각 반대했다. 브리티시에어라인은 ”무장경관이 필요할 만큼 위험하다면 운항을 취소하는 게 낫다”고 반박했다. 영국 최대 조종사 노조인 영국여객기조종사협회(BALPA) 역시 “(미국의 방침에 반대해) 조종사들에게 여객기 운항을 거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항공기 조종사 노조협의회(ASPA)는 “총기를 기내에 둔다는 것은 탑승객들과 항공기 자체를 위협할 수 있어 더 위험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오코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워싱턴 지국장은 “미국이 요구했으니 협조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감 소지자 감시=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각종 생활정보를 망라한 연감이 테러 정보로 역이용될 수 있다며 전국 경찰에 연감 소지자들을 주시하도록 지시했다.

FBI는 24일 각급 경찰에 긴급 전문을 보내 “각 주 및 도시의 개요, 수로, 다리, 댐, 저수지, 터널, 빌딩, 표지물 정보 등은 테러범들에게 유용한 것”이라며 “연감 소지자, 특히 의심스러운 주석이 돼 있는 책을 갖고 있는 사람을 주목하고 합동테러대책반에 신고하라”고 촉구했다. 연감을 갖고 있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두드러지게 주위를 경계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일 경우 주목하라는 것.

존 피어스 ‘농민연감’ 발행인은 “우리 책에 담긴 내용이 우리를 해치려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사가 될 것으로는 믿지 않지만 당국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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