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慘事 눈물도 안말랐는데…” 구호품약탈-전염병 공포

  • 입력 2003년 12월 2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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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의 고대 유적도시 밤시에 강진이 난 지 사흘째인 28일 사망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구조작업도 지지부진하다. 피해지역 일대에는 시신이 부패하면서 질병이 퍼질 우려가 있는 데다 구호물자를 노린 약탈까지 횡행하고 있어 지진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또 다른 위험에 직면했다.》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의 고대 유적도시 밤(Bam)시(市)에 강진이 난 지 사흘째인 28일 사망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구조작업도 지지부진하다.

피해지역 일대에는 시신이 부패하면서 질병이 퍼질 우려가 있는데다 구호물자를 노린 약탈까지 횡행하고 있어 지진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또 다른 위험에 직면했다.

▽사망자 3만명 넘어=28일까지 케르만주가 공식 확인한 사망자 수는 2만2000명. 그러나 주 당국은 29일 “최종 사망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자한바크슈 한자니 이란 내무부 대변인은 “구조팀이 더 이상 생존자가 없다고 확신할 때까지 생존자 수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관영 IRNA통신은 “27, 28일 1000명 정도가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매몰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최장 시간은 72시간이어서 추가 생존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 정부의 재난대비 능력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은 29일 피해지역을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했다.

▽살아남은 사람도 산 넘어 산=텐트나 담요 등 구호물자를 노린 약탈이 잇따르고 있다. 구호물자를 싣고 오던 트럭이 털려 막상 도시에 들어왔을 때는 텅 비어 있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 군은 밤시로 진입하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구조요원들은 시신이 한꺼번에 부패하면서 질병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시신은 담요 등으로 감싼 뒤 살균제를 뿌려 매장하는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구호단체들이 생존자 구조에만도 손이 모자란 형편이어서 수만명의 이재민은 노상에서 추위에 떨며 사흘째 밤을 보냈다.

▽테헤란도 지진 공포=전문가들은 “수도 테헤란에도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1200만명이 사는 테헤란에 리히터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강타하면 약 100만명이 숨지고 400만명이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헤란 위기관리예방센터의 마즈야르 호세이니 소장은 “테헤란에는 150년마다 강진이 왔다”며 “3개의 단층이 지나가고 있지만 건물들은 내진 설비가 전혀 없거나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와 같은 복잡한 도로망에서는 지진 발생시 구조팀이 현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호활동=28일 오전 구조대와 약품을 실은 미국의 구조 비행기가 현지에 도착하는 등 이날까지 적어도 45대의 외국 구조 비행기가 도착했다.

스위스 터키 독일 영국 이탈리아 핀란드 스페인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에서 구조대가 도착했으며 다른 나라들도 속속 지원단을 보내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의약품 담요 등 구호물자 35t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란 관리들은 지진 발생 이후 500대 이상의 헬기와 항공기가 구호물자 수송과 부상자 이송을 위해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8일 구호물자를 공수하던 이란 해군 헬기 1대가 추락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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