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진참사]對美관계 전화위복 될까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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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지진 참사가 미국-이란간의 20여년에 걸친 적대 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아랍 일간지들이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은 1979년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과 그해 11월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사건 이후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으며, 줄곧 ‘불량국가’ ‘악의 축’으로 규정해왔다.

아랍계 영자신문 아랍뉴스는 27일 사설에서 “지진 참사를 맞아 국제사회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양국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구나 이란 정부는 18일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에 가입, 핵 개발을 의심해온 미국의 우려를 상당부분 씻어놓은 상태다.

레바논 일간 데일리스타도 사설에서 미국은 어떤 나라보다도 이란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과 접한 이라크에 15만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기 때문에 재난에 필요한 물자를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 이라크에 있는 헬리콥터와 깨끗한 식수, 담요의 일부를 나눠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명을 구할 수 있다.

아랍 언론들은 99년 8월 터키 지진을 계기로 관계를 개선한 그리스와 터키의 예를 들었다. 1만7000여명이 숨진 이 지진 때 적대국인 그리스가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건넸고, 결국 양국은 적대관계를 청산할 수 있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7일 “이란을 돕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6만7500t의 구호품과 함께 200여명으로 구성된 구조 및 의료지원팀을 파견하겠다는 미 정부의 발표도 나왔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직접 나서 이란의 모하메드 자리프 유엔상임대표와 전화통화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인도적 차원’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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