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통관 문제점]수입肉 국내검사 무용지물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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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수입 쇠고기의 국내 통관과 검역, 유통과 관련한 현행 체계로는 사후(事後) 대처마저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수입 쇠고기가 국내에 유통되기까지 거치는 검역은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실시하는 육안검사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서류·육안·샘플검사가 전부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정확한 검사가 샘플검사이지만 그나마 농약 검출이나 호르몬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친다.

더욱이 광우병은 수출국 현지에서 소의 뇌를 검사해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실시하는 샘플검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당국자는 “국제 규정에 따라 최근 5년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별도의 광우병 검사를 할 수 없다”며 “설사 샘플검사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도축 과정에서 소의 뇌를 검사하지 않는 이상 광우병 유무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입된 쇠고기에 대한 현황 파악도 문제다.

농림부는 26일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 워싱턴주에서 수입한 쇠고기 가운데 내장과 척수 등 특정위험물질(SRM)을 따로 분류해 발표했지만 이 자료에는 우족(牛足) 등 SRM에 해당되지 않는 다른 부위까지 포함돼 있었다.

허상만(許祥萬) 농림부장관이 이날 “현재로서는 안전성이나 수급 문제에 대한 추가 대책은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현재 유통 중인 SRM 물량에 대한 봉인과 원산지 단속 강화뿐이다.

하지만 원산지 단속의 경우 음식점에 대해서는 실효를 거둘 수 없어 소비자들이 광우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 할인점 정육점 등은 원산지를 표시토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음식점은 원산지 표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금지하더라도 음식점이 이를 어기고 팔 경우 확인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

소규모 정육점으로 흘러든 수입 쇠고기를 회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4일부터 직원들을 동원해 수입업체로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공급받은 정육점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은 없다.

1999년 쇠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현재 300여개의 수입업체들이 각국의 쇠고기를 들여오고 있지만 업체마다 유통 경로가 제각각이어서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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