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족'을 아십니까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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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H금융사에 다니는 류모씨(31)는 자신을 '잠수족'이라 부른다.

연말을 맞아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이 잇따르고 있지만 참석하고 싶지 않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지내기 때문이다.

나가봐야 싫어하는 술에 찌들려야 하고 회비까지 포함하면 씀씀이도 만만치 않게 된다.

직장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아예 "출장중"이라고 말해 주도록 직원들에게 부탁했다.

휴대전화도 가족들 이외에는 받지 않는다.

모임에 나갈 시간에 헬스클럽으로 달려가 몸을 가꾸는 게 류씨의 최근 생활이다.

여행사 사장인 김모씨(40·대전 서구 삼천동)는 24일부터 7박8일간 일정으로 유럽여행을 떠난다.

관광객들이 의뢰한 유럽여행 패키지 상품의 가이드를 스스로 자처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이드 역할은 대부분 직원들에게 맡기지만 연말에 집중된 10여 개 모임을 피하고 싶어 '잠수'타기로 했다"며 "모임 구성원에게 '중요한 고객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자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35)는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잠수'한 케이스.

그는 "연말에 부부동반 모임을 포함해 모든 모임에 참석하려면 적어도 50만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휴대전화를 아예 받지 않으니 맘이 편하다"고 말했다.

'잠수족'이라는 말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실직했거나 취업을 하지 못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외출마저 삼가는 실직자 또는 취업 준비생을 지칭해 부르던 신조어.

하지만 최근에는 팀웍 보다는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직장인들의 연말 풍속도를 일컫는 말로 불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호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잠수족'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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