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치밀한 홍보 주효]“초췌한 얼굴 방송에 빨리 내보내라”

  • 입력 2003년 12월 15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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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생포 소식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과정은 미국 행정부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8월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특별 홍보 계획에 따른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15일 암호명 ‘HVT넘버1(High-Value Target No.1)’으로 알려진 이 홍보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계획은 7월 후세인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가 사망했을 때의 홍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마련됐다. ‘가짜를 잡아놓고 거짓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과, 후세인이 순교자나 영웅으로 비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 취지다.

전략팀은 후세인을 생포했을 때와 사살했을 때(혹은 사망한 채로 발견됐을 때)의 2가지 경우에 대비해 각각 계획을 세웠다. 사망의 경우 신원 확인을 위해 DNA 샘플을 멀리 보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빠른 확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식이다.

HVT 홍보 전략팀을 이끈 게리 대처는 “미국의 공식발표만으로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이라크인의 입을 통해 발표되도록 하고, 출처가 분명한 자료 화면이 가능한 한 빨리 방송을 탈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4일 오전 4시경(미 동부시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과 쿠르드족 지도자들이 이라크 주재 이란 언론인들에게 소식을 먼저 알렸다. 이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한 것은 아니었다. 2단계 정보는 오전 7시 폴 브리머 이라크 미군정 최고행정관의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미국의 홍보 전략은 주효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얼떨떨한, 전혀 영웅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TV 전파를 탄 후세인은 오랜 세월 형성된 본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뭉개버렸다. 이 화면은 이라크 내에서는 미군이 통제하고 있는 이라크 방송 알 이라키야를 통해 방영됐다. 이라크 도시에서 알 이라키야 시청 가구는 93%에 달해 알 자지라(33%)보다 많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확실히 이 홍보 전략은 인상적이었다”며 “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는 22일호가 이미 제작이 다 끝나 인쇄에 들어가 있었으나 황급히 커버 기사를 바꿔 다시 제작했다”고 전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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