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홍콩 조류독감 바이러스’ 확인]발생농가 반경 10㎞ 긴급방역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29분


코멘트
충북 음성군에서 발생한 ‘가금(家禽) 인플루엔자(조류독감)’가 ‘홍콩 조류독감’과 바이러스 유형이 같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방역당국과 축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뢰한 최종검사에서 홍콩 조류독감과 유전자까지 같다고 판명될 경우 상당히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이번에 발견된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독감의 잠복기는 1∼5일인데 음성에서 닭의 집단 폐사가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이미 나흘이 지난 데다 현재까지 고열이나 마른기침 등 독감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없기 때문.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앞으로 4∼5일 후에도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사실상 이번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자주 일으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최근 독감 예방백신을 접종받았다 해도 홍콩 조류독감에는 듣지 않아 예방효과가 없다.

전문가들은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고 닭고기를 먹을 때 높은 온도에서 튀기거나 삶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경제적 피해도 클 듯=조류독감 발생으로 축산물 수출과 해외 관광객 유치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일본이나 홍콩 중국 등으로의 닭 수출은 12일부터 중단돼 양계 농가에는 ‘발등의 불’이 됐다. 수의과학검역원 김재홍(金載弘) 조류질병과장은 “최종 발생일부터 6개월 동안 추가로 가금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수출이 재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을 찾으려고 했던 해외 관광객 가운데 상당수가 발길을 돌릴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광업계는 우려한다.

▽비상체제에 들어간 방역당국=농림부와 보건복지부는 홍콩 조류독감과 동일한지를 가리는 최종 시험 결과가 한 달 뒤에 나오는 만큼 독감 예방 차원에서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해 방역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도살작업에 참가한 인부 50명을 고(高)위험군 △반경 1km 내 59가구 주민과 3km 내 양계장과 오리농장 등 12개 농장 종업원을 중(中)위험군 △3∼10km 내 양계장과 오리농장 등 41곳의 종업원을 저(低)위험군으로 분류해 예방조치를 할 방침이다.

현지 주민들도 갑작스러운 조류독감 발생에 당황하고 있다. 특히 방역 당국이 이 지역 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닭과 오리에 대한 혈청검사를 실시해 조류독감으로 의심되면 모두 도살처분하기로 해 긴장하는 분위기다.

닭이나 오리 등 조류에서 발생하는 독감으로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非)병원성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법정가축전염병인 고병원성에는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해 6명을 숨지게 한 급성 독감 바이러스 전염병인 ‘홍콩 조류독감’이 포함돼 있다. 당시 홍콩 당국은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140만마리에 이르는 닭을 도살한 바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