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총-화염병 사용 격렬 저항…상도동 강제철거 경찰 속앓이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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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2동 철거민들이 8일 쇠구조물을 개조해 만든 대형 새총을 이용해 쇠구슬을 쏘는 모습. 철거민들은 최근 강제철거에 맞서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을 향해 쇠구슬을 발사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연합
서울 동작구 상도2동 철거민들이 8일 쇠구조물을 개조해 만든 대형 새총을 이용해 쇠구슬을 쏘는 모습. 철거민들은 최근 강제철거에 맞서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을 향해 쇠구슬을 발사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연합
사제총 사용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2동 재개발지역 철거 문제를 놓고 경찰이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철거민들에 대한 강제진압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건물 안에 있는 어린이 노약자 등의 안전 때문에 그 방법과 시기 등의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렬 저항시위와 경찰의 대응=철거민들은 지난달 28일 강제철거에 나선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을 향해 사제총으로 추정되는 추진체를 이용해 쇠구슬을 발사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경찰은 4일 화염병 사제총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15명의 철거민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8일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이들이 벽돌과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바람에 일단 철수했다.

철거민들은 9일 또다시 철거에 나선 철거반원들을 향해 대형 새총에 화염병을 장착해 발사해 중장비 일부가 불에 타기도 했다.

경찰은 조만간 영장 강제집행에 나선다는 방침이나 건물 내부에 두살짜리 아기 등 어린이와 노약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고민하고 있다. 영장 유효기간이 두 달인 만큼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경찰은 일단 9일 해당건물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으며 2, 3일 안에 단전, 단수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민들이 아이와 노약자를 볼모로 과격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법질서 확립에 대한 여론이 높지만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의 배경=철거민들이 농성 중인 상도2동 159일대는 건설회사인 N산업이 토지 2만3000여평을 매입해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인 재개발 지역. 철거가 시작된 지난해 2월부터 20여명의 세입자들과 시공사 사이에 첨예한 대치가 계속돼 왔다.

철거민들은 “영구임대주택 입주를 보장하고 주택 건설 기간에 거주할 건물을 제공하라”고 요구하며 지난해 4월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7월에는 한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농성에 들어갔다. 현재의 전세금만으로는 인근 지역에서 거주할 수 없어 생활권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

하지만 회사측은 “영구임대주택을 지어줄 의무도 권한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상당한 액수의 이주 지원금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공사가 1년여간 지연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강제철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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