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통일 황장엽발언 반박 “北변화 없다는 주장 성급”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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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이 4일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전날 “‘북한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을 이례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황 전 비서의 대북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1997년 황 전 비서의 망명 이후 처음이다. ▶본보 4일자 A8면 참조

정 장관은 주례 브리핑에서 “오늘은 브리핑거리가 많지 않다”고 말문을 연 뒤 황씨가 3일 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회원 등을 상대로 실시한 강연에 관한 본보 기사의 복사본을 꺼내들고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정 장관은 황 전 비서가 “북한이 사회주의 협동농장을 개인농으로 바꾸거나, 젊은 세대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13년 의무복무 규정을 고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성급하다”고 꼬집었다.

정 장관은 “북한의 근본적 변화는 (현재로선) 일어날 수 없고, 개인농 전환은 변화의 마지막 단계에 일어나든가, (지도부의) 결단을 통해 일어날 일”이라며 “이를 조건으로 내세운다면 변화를 성급하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또 황 전 비서가 히틀러 독재시절에도 독일엔 시장이 존재했다며 북한에 등장한 장마당(동네시장)을 평가 절하한 것에 대해서도 “50년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 온 북한에 시장요소가 등장한 것이 변화의 징후”라고 반론을 폈다.

이를 전해들은 황 전 비서측은 △중국은 개방 초인 1979년 농지개혁으로 ‘먹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 만큼 협동농장 문제는 처음부터 손대야 할 문제이며 △북한에 시장요소가 도입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가 사유재산 인정 및 보호역할을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북한에 근본적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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