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영 시대]<2>환경친화적으로 제품을 설계하라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02분


코멘트
2001년 5월 삼성전자는 ‘그린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납과 할로겐 화합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었다. 획기적인 제품이었지만 내부에선 알게 모르게 고민도 있었다. 일반 제품에 비해 원가가 상당히 비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판매를 시작하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럽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객사들의 주문이 계속 이어졌고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환경경영총괄 김종산 차장은 “선도업체로 규제에 앞서 먼저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개발했다”며 “뒤늦게 개발에 나선 경쟁사들은 아직 양산 체제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적 상품 개발이 결국은 득이 된 사례다.

▽공장 오염물 규제에서 제품 자체로=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 6월 환경 분야에서 ‘통합적 제품정책(IPP)’을 공식 채택했다. 자원의 채취에서 가공, 마케팅, 판매, 사용, 폐기물 처리 등 하나의 상품이 만들어져서 폐기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친환경성’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IPP는 환경 규제의 초점이 공장의 오염 물질 배출에서 제품 자체로 옮아가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이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려면 제품 개발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경성을 고려하는 ‘친환경설계(DfE·Design for Environment)’가 필수적이다. 소비자가 외면하지 않도록 가격이나 품질을 유지하면서 환경성을 덧붙이는 게 친환경 설계의 핵심.

▽친환경설계는 ‘기회’=친환경적인 제품은 먼저 개발한 기업에는 기회가 된다. 도하개발어젠다(DDA)에선 친환경 제품에 비(非)관세가 추진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친환경 제품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본 소니의 2001년 환경보고서에는 친환경 설계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나와 있다. 24인치 TV 한 모델의 설계를 변경하는 데 든 돈은 2100만엔이지만 에너지와 포장재, 납땜 등의 양을 줄여 1억8900만엔의 이익이 창출됐다. 9배 이상의 효과다.

제록스는 친환경 설계를 통해 혁신을 이끌어낸 경우. 제록스는 ‘폐기물 없는 공장, 폐기물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복사기와 프린터 등의 제품 수명이 다한 후 부품을 새로운 제품 생산에 이용하도록 설계했다. 소비가 끝난 토너 카트리지는 회수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설계를 위해선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CEO가 친환경 설계에 대해 비용만 더 들 뿐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면 바뀔 수 없다는 것.

또 제품의 개발에서 폐기까지 모든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에 조직 설계를 새로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마쓰시타나 노키아 같은 기업은 CEO 직속으로 환경 관련 기구를 두고 전사적으로 친환경 설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설계의 환경 및 경제적 성과
제품설계 비용
(백만엔)
환경영향경제적 이익
(백만엔)
24인치 TV21에너지 절약
자원 절약
납땜 감소
3600만kWh
34t
3.2t
180
4
5
모니터2에너지
자원 절약
납땜 감소
1억500만kWh
2550t
1.5t
525
275
3
기업용VCR180에너지 절약
자원 절약
납땜 감소
1600만kWh
197t
0.5t
80
21
1
일본 소니의 특정 모델(TV는 KV24-CW1, 모니터는 CPD-G500, VCR은 DVW-A500)을 친환경적으로 설계했을 때 비용과 이익을 계산한 것. 자료:소니 환경보고서 2001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