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개도국 원조도 국익 우선”

  • 입력 2003년 7월 29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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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저개발국 원조의 ‘큰손’ 역할을 해온 일본 정부가 앞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잣대로 삼기로 했다.

일본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정부개발원조(ODA)는 연간 1조엔(약 10조원)을 넘는 규모여서 일본의 ‘국익우선주의’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도국들에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정부개발원조의 취지와 지원기준 등을 규정한 ‘ODA 대강(大綱)’을 1992년 이후 11년 만에 개정키로 하고 최근 공청회 등을 거쳐 개정안을 마련했다.

다음달 각의에서 의결될 개정안의 특징은 국익 중시 원칙을 처음으로 명시했다는 점. ODA의 목적에 대해 ‘일본의 안전과 번영의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규정해 해당국의 외교 및 경제정책 등이 일본의 국익과 일치할 때에만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가의 수를 늘리는 한편 ODA 자금으로 이뤄지는 각종 개발사업에서 일본 기업의 참여를 보장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같은 국익우선주의는 일본이 장기불황으로 재정상황이 나빠지면서 해외원조를 달가워하지 않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기왕 못사는 나라를 돕는다면 최소한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이번 조치가 일본 ODA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인 중국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경제적으로 급성장해 일본을 위협하는 중국이 여전히 일본의 원조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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